한국공동사진기자단

남북 정상이 27일 오전 9시30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졌다. 2000년과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성사된 남북 정상의 만남이다.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한 역사적 발걸음을 내디뎠다.

군사분계선 넘어 남측 땅 밟은 첫 북한 최고지도자
두 정상 손잡고 함께 북측 땅 밟기도

이날 오전 9시28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북측 판문각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앞에서 기다리다가 김 위원장을 맞으러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했다. 두 정상은 9시29분 판문점 T2(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와 T3(실무장교 회담장) 사이 군사분계선을 마주하고 악수했다. 두 정상은 손을 마주잡고 환하게 웃으며 짧은 대화를 한 뒤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땅을 밟았다. 두 정상은 북측 판문각에 이어 남측 자유의집을 바라보고 기념촬영을 했다.

기념촬영을 마치고 남측 의장대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던 때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땅을 밟을 것을 제안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흔쾌히 응하면서 두 정상은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땅을 함께 밟았다. 악수하며 짧은 대화를 한 뒤 다시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땅을 밟았다.

두 정상이 악수를 마친 뒤 T2와 T3 사이로 걸어오는 동안 도열해 있던 남북 수행원들이 박수를 보내면서 두 정상을 맞았다. 김 위원장을 기다리고 있던 2명의 화동이 꽃다발을 전했다. 민통선 안 파주 대성동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 소년·소녀다.

두 정상은 도열한 전통의장대 사이로 자유의집에서 공식환영식장까지 130미터를 걸어서 이동했다. 뒤쪽에는 호위기수가 따랐고 호위무사가 양쪽에서 함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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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남측 의장대 사열 받아
남북 수행원 소개받은 뒤 함께 촬영기념 눈길

두 정상은 오전 9시35분 양쪽에 도열해 있는 전통기수단을 통과해 사열대에 올랐다. 의장대장의 경례를 받은 뒤 군악대와 3군의장대·전통의장대·전통악대를 지나며 사열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북한 육해공군 의장대를 사열한 전례를 따랐다.

의장대 사열을 마친 뒤 두 정상은 서로 수행원을 소개했다. 남측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강경화 외교부 장관·송영무 국방부 장관·서훈 국가정보원장·정의용 국가안보실장·정경두 합참의장·주영훈 대통령 경호처장·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함께했다.

북측에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최휘 당중앙위 부위원장·리수용 당중앙위 부위원장·김여정 당중앙위 1부부장·리명수 총참모장·박영식 인민무력상·리용호 외무상·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동참했다.

이때 두 번째 돌출 장면이 나왔다. 김 위원장이 양측 수행원들과 기념촬영을 하자고 제안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 두 정상과 양측 수행원들이 평화의집 계단에 나란히 섰다.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땅을 함께 밟은 것과 양측 수행원이 함께 기념촬영을 한 것은 사전에 논의된 계획에는 없던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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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방명록에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두 정상은 오전 9시41분 회담장이 있는 평화의집에 입장했다. 1층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방명록에 서명했다. 김 위원장은 방명록에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썼다. 김 위원장이 앉아서 방명록을 작성하는 동안 옆에 선 문 대통령이 웃음 띤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두 정상은 민정기 작가의 그림 <북한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청와대는 처음 남한 땅을 밟은 북한 지도자를 서울의 명산에 초대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기념촬영을 마친 뒤 오전 9시44분 1층 옆방으로 함께 들어가 환담했다. 비공개 만남은 30분 가까이 이어졌다. 두 정상은 오전 10시15분 평화의집 2층 공식 정상회담장에서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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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남북정상회담 10시15분부터 11시55분까지 이어져
김정은 위원장 “수시로 만나서 문제를 풀어 가자”

김정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군사분계선을 건너고 보니까 사람이 넘기 힘든 높이도 아닌데 역사적으로 이 자리까지 11년이 걸렸다”며 “왜 이 거리를 오기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운을 뗐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마음가짐을 잘하고 잃어버린 11년 세월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수시로 만나서 문제를 풀어 나가고 마음을 합치고 의지를 가지면 좋게 나아가지 않겠느냐”며 “오늘 평화와 번영, 새로운 역사가 쓰이는 순간에 서서 출발 신호탄을 쏜다는 마음가짐으로 여기에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현안과 관심사를 툭 터놓고 이야기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자”며 “지난 시기 원점으로 돌아가고 이행하지 못한 결과보다 앞으로 마음가짐을 잘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지향성을 갖고 손잡고 걸어가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진지하고 솔직하게 이런 마음가짐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좋은 이야기하고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자”고 강조했다.

음식 얘기로 분위기는 한층 밝아졌다. 김 위원장은 “여기에 오기 전에 보니까 만찬 음식을 갖고도 많이 이야기를 하더라”며 “어렵사리 멀리서 평양냉면을 가져왔는데, 멀다고 말하면 안 되갔구나”라며 환하게 웃었다.

문재인 대통령 “통 크게 대화해 전 세계에 큰 선물 주자”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우리 만남을 축하하듯 날씨가 화창하고 한반도 봄도 화창하다”며 날씨 얘기로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여기에 쏠려 있다”며 “우리 두 사람의 어깨가 무겁다”는 소회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 넘는 순간,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 됐다”며 “우리 국민과 전 세계의 기대가 큰데 이 상황을 만들어 낸 김정은 위원장의 용단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고 추어올렸다.

그는 “오늘 통 크게 대화를 나누고 합의에 이르러서 온 민족과 평화를 바라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큰 선물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며 “오늘 하루 종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 있으니 10년간 못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자”고 제안했다.

오전 회담은 11시55분 종료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평화의집을 나와 차량을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돌아갔다. 두 정상은 각자 오찬을 한 뒤 오후에 다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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