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영장을 집행할 때 다른 영장 없이 타인 주거를 수색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경찰이 2013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체포영장을 집행한다는 명목으로 민주노총을 강제로 수색한 행위가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영장주의를 위반했다는 선고다.

헌법재판소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위헌법률심판사건·헌법소원심판사건에 관한 4월 심판사건을 선고하면서 체포영장만으로 타인 주거나 건물을 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216조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형사소송법 해당 조항은 체포영장은 물론 긴급체포·현행범체포·구속영장 집행시 타인 주거나 가옥·건조물·항공기 내에서 피의자 수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압수수색 영장 없이도 특정 장소를 수색할 수 있다는 의미다.

헌법재판소는 이런 형사소송법이 영장주의 원칙을 명시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은)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영장주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며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영장 없이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헌법 16조 영장주의 예외 요건을 벗어난다"고 밝혔다. 헌법 16조는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2013년 철도노조가 철도민영화 반대파업에 나서자 지도부인 김명환 위원장 체포를 시도했다. 체포영장만으로 민주노총 본부에 경력을 보내 수색했지만 체포에 실패했다. 경찰은 대신 경력 진입을 막던 김정훈 당시 전교조 위원장 등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위원장이 형사소송법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자 이를 기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진행한 항소심에서도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2020년 3월31일까지 법 조항 효력을 잠정적으로 인정했다. 국회는 이날까지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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