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27일이면 남과 북의 정상이 판문점에서 회담을 갖는다. 꼭 11년 만이란다. 일부 악의적인 예보가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으로선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관심도 남다르다. 남과 북이 합동리허설을 하는가 하면 정상회담 점심과 저녁 메뉴가 무엇일까 추측하는 가벼운 뉴스도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종전평화선언이 이뤄질 것인가는 아마도 가장 무겁고도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다.

종전평화선언은 곧 휴전선을 걷어 낸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섣부른 결론을 내놓는 이도 있다.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희망을 그리고 있다. 그 희망이 현실이 되려면 남북정상회담 이후 통일로 가는 길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노동은 어떨까. 통일에서의 노동은? 객관적으로만 보더라도 이해와 실천의 방법에서 양측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있어 보인다. 차이를 메우고 온전한 통일을 위해서라도 양측 모두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리라. 정반대의 길을 좇은 경제체제와 분리해서 이야기하기는 어렵겠지만, 남북 노동현장이 처한 상황을 본다면 양측 모두 노동을 바르게 이해하고 실행한다는 평가는 어렵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최근에서야 문재인 정부 차원에서 ‘노동존중 사회’ 기치를 내걸었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서 노동을 대하는 자세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노동자는 ( )다”는 물음에 초등학생들이 한 답변이 뉴스에 소개된 적이 있다. (불쌍하다)부터 (거지)까지. “초등학생이라 잘 몰라서 그렇겠지”라고 치부할 일은 아니리라. 고학년이든 대학생이든 생각이 다르지 않을 게다. 요컨대 노동교육의 부재다. 대부분, 아니 모든 구성원이 우리 사회 노동자로 살아가야 함에도 노동에 대한 이해는 기대 이하다.

우리나라 노동법에 해당하는 북측의 ‘사회주의로동법’에서는 "실업이 영원히 사라졌다"고 선언하고 있다. "로동이 즐거운 것"이라는 표현도 있다. 법률만 본다면, 글자대로라면 북측은 노동자 나라다. 그러나 현실이 그런가. 전혀 그렇지 않다.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던가? 희망과 재능에 따라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노동조건 결정을 위한 파업이 있었다는 뉴스도 본 적이 없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고는 통일이 어렵지 않겠나. 통일이 돼도 큰 혼란이 예상된다. 수십 년간 충분한 교류 끝에 통일을 이뤄 낸 독일에서조차 초기에 심각한 사회갈등을 겪었다고 하지 않나. 노동자 간 삶의 차이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우리는 어떤가. 지금까지 통일을 위한 제대로 된 준비가 없었다는 게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사회 근간인 노동에 대한 공감 없는 통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다. 노동부문 교류가 필요하다. 가까운 곳에서 찾아보자. 많은 이들이 폐쇄된 개성공단 재개를 이야기한다. 경제협력 차원에서도 큰 의미가 있지만 노동자들 사이의 소통이라는 차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북측 노동자가 우리 사업장에서 일하는 일방적인 모습이 아니다. 남측 노동자들도 개성공단 운영을 위해 수없이 북으로 갔었다. 전기·도로·철길·물길을 내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서로 소통하지 않았나.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 분야도 다르지 않다. 문화와 스포츠교류부터 가장 절실한 이산가족 상봉까지. 가장 시급하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만나야 통일이라고 하지 않던가. 양대 노총이 북한 직총과 추진해 온 다양한 교류사업도 계속돼야 한다. 특히 남과 북의 길이 꽉 막혀 있던 2015년에도 평양에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열렸다. 남측에서는 지난해 대표선수단 선발을 마쳤다. 8월15일 광복절에 서울 상암벌에서 재격돌해 보는 것은 어떨까.

27일 하루 종일 남북정상회담 소식이 자세히 보도될 것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합의사항이 나왔다”는 소식이 회담 내내 끊이지 않길 바란다. “개성공단 재개를 통해 노동과 시장의 교류를 시작하겠다”는 합의는 빠지지 않으리라. 무엇보다 “매월 정기적인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를 소망한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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