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펄펄 끓는 물과 기름으로 요리를 하는 학교 급식노동자, 과학실에서 화학물질을 관리하는 과학실무사, 안전장비 없이 학교 외벽을 수리하는 시설관리 노동자에게 학교는 안전하지 않은 일터다. 최근 학교 408곳에서 발암물질인 라돈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나자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의 불안은 더 커졌다. 이들은 “발암물질 없는 학교에서 노동자들이 골병들지 않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며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전국 학교에 라돈 저감설비 설치 요구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본부장 안명자)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공기질을 측정해 발암물질을 제거하고 석면철거 공사시 노동자 안전을 확보하라”며 “안전장비를 설치하고 배치기준을 개선해 골병 없는 노동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요구했다. 안명자 본부장은 “학교에서 사고가 날 경우 비정규 여성노동자들은 산업재해보상을 받지 못하고 스스로 비용을 들여 치료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아이들이 안전해야 하지만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 여성 노동자들도 안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2017년 학교 실내공기질 측정 결과’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 학교 1만530곳 중 408곳에서 실내 라돈 농도가 권고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조는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학교에서 함께 노동하고 생활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공간인 급식조리실과 과학실이 공기질 측정 장소에서 배제돼서는 안된다”며 “전국 학교에 라돈저감설비를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이와 함께 산업재해를 은폐하는 공상처리나 자비로 치료하도록 유도하는 관행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학교 급식조리실에서 17년 동안 일한 양선희 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수석부지부장은 “급식노동자에게는 아이들에 대한 봉사와 위생을 지킬 책임만 있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없다”며 “화상·자상·근골격계질환 등 일하다 다치거나 아파도 학교와 교장 눈치를 보느라 병가를 쓰고 자비로 치료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산업안전보건위 설치 매뉴얼 제공해야”

노조는 이날 학교 곳곳에서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급식실에서 안전장비 없이 기계에 매달려 식기세척기를 청소하는 노동자와 바퀴 달린 선반에 올라 급식실 환풍구를 청소하는 노동자 모습이 담겼다. 사진 속 시설보수 노동자는 안전장비 하나 없이 맨몸으로 학교 건물 외벽을 타고 페인트칠을 했다. 노조는 “학교 건강을 책임지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오히려 위험과 사고에 방치돼 있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이 위험한 업무환경과 재해를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2월 고용노동부는 학교 급식실을 기관구내식당업으로 분류하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산업안전보건위는 노사 동수로 구성해 노동자의 안전 증진을 위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다. 노동계는 위험환경 개선을 위해 산업안전보건위 구성을 요구해 왔다.

노동부는 같은해 7월 질의회시에서 “교육청이 사업주로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이행 주체”라며 “교육청 단위로 산업안전보건위를 구성·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교육부는 “교육청은 산업안전보건위 구성·운영 주체가 아니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부처 간 이견으로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노동부 판단이 맞다는 결론이 나왔다.

교육공무직본부는 “교육부의 버티기로 산업안전보건위 설치가 늦어졌다”며 “교육부는 아직까지 각 교육청에 설치·운영 매뉴얼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산업안전보건위를 전체 직종으로 확대해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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