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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이 당연한 사회에 대한 희망차승현 변호사(서비스연맹 법률원)
▲ 차승현 변호사(서비스연맹 법률원)

바로 며칠 전 귀를 의심케 하는 소식이 들렸다.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사 90곳의 노동자 8천여명을 직접고용하기로 하고,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직접고용 및 합법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했다는 것이다. 인간답게 일하기 위해, 동료들만이라도 사람대접 받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의 목숨도 아깝지 않게 내놓고 산화한 노동자들을 기억한다면 이번 합의가 주는 무게감을 조금은 실감할 수 있을 일이었다. 그런데 사안의 중요도만큼 관련 언론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주의를 끄는 내용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관한 기사들이었다.

'무노조 경영'이라는 단어를 자본은 물론 언론 역시 아무런 비판 없이 사용하고 있지만 이처럼 단어 자체로 불법을 내포하는 용어가 널리 통용된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노조는 노동자가 하는 것이고, 사용자는 노동조합을 할지 말지를 포함한 모든 노동조합 활동에 개입해서는 안 되며, 만약 이에 개입했다면 이는 바로 부당노동행위가 된다. 따라서 사용자가 노조 없는 경영을 하겠다는 것은 드러내 놓고 부당노동행위를 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자본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부당노동행위를 선언하는 나라에서 노동조합 하기가 얼마나 어려울지는 경험해 보지 않아도 알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80년 굳건할 것만 같았던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흔들리고 있을 즈음 삼성을 벤치마킹하며 50여년간 이어져 왔던 무노조 경영이 수년 전 깨져 버렸던 한 금융회사의 노동조합 지부장에 대한 징계해고 사건에 대한 판결이 내려졌다. 지부장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다는 것이다.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거쳐 받은 고등법원 환송심 판결이기도 하고, 본건 해고사유와 유사한 징계사유로 받은 정직에 관한 재판까지 고려하면 예닐곱 번의 송사 가운데 받은 유일한 승소판결이니 쉽지 않은 사건이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과 이를 따른 환송심 판결 이유를 보자면 이렇게 단순하고 명확한 사건을 몇 년 동안이나 다퉈야 했나 하는 약간의 허망감이 밀려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해당 사건 사용자가 한 차례 정직처분과 더불어 해고 징계사유로 삼은 지부장 행위는 △지부장이 인사팀에 근무하면서 입수한 창조컨설팅 관련 자료를 누설한 행위 △창조컨설팅 관련된 게시글을 작성하고, 각종 토론회 등에 참석해 회사 인사관리 프로그램을 비판한 행위 등이었다.

지부장의 활동은 사실상 노동조합 설립의 계기가 된 회사의 부당한 인사관리 프로그램에 관련된 것이었다. 이 사건 노동조합으로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일 수밖에 없었고, 지부장이 해당 인사관리 프로그램이 사실은 근로자 강제퇴출을 위한 제도로 의심하게 된 근거가 바로 본인이 노동조합을 설립하기 전에 담당하던 인사팀 업무가 근로자 퇴출과 관련한 일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의심에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충분한 상황이었다.

회사 인사관리 프로그램이 자신이 입수한 창조컨설팅 작성 용역보고서상 인사관리 프로그램과 사실상 동일했고, 창조컨설팅 관련 인사가 회사 간부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으며, 업무능력 향상이라는 미명하에 불필요하고 부당한 교육을 강요받았던 동료들이 하나둘 회사를 떠난 사실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데 정직 처분의 부당성을 다퉜던 지방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필두로 동일한 징계사유에 따른 해고 처분의 부당성을 다투던 소송의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회사 자료를 인용한 행위, 회사 인사프로그램을 비판한 행위 등 지부장의 모든 행위는 징계사유로 인정됐고, 정직과 이어진 해고는 모두 정당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것이 해고 사건에 관한 대법원 상고심에 이르러서야 지부장의 행위가 노동조합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새로운 증거가 나오거나 주장이 달라진 것도 없이 단지 판단 주체만 바뀌었을 뿐인데 결론이 달라지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지부장이 겪었을 고생에 더해 그간 법원의 판단이 아쉬울 따름이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종식과 지부장 해고사건 판결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 무노조 경영이라는 황당한 단어가 사라지고 좁디좁았던 노동조합 활동 범위가 이제는 헌법과 법률의 목적에 맞게 해석되고 적용되는 세상이 조금은 다가온 것은 아닐까 하는 약간의 희망을 가져 보게 되는 즈음이다.

차승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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