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단행 뒤 농가소득을 확대한다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경영부실만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고용불안과 실적경쟁을 호소하는 농협 노동자들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노조 NH농협지부(위원장 우진하)는 24일 오전 국회 도서관 회의실에서 '농협 사업구조 개편 6년, 평가와 대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명박 정부는 2017년 추진할 예정이던 농협 신경분리를 5년이나 앞당겨 2012년 관철시켰다.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농협은 정부 손을 빌렸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장상환 경상대 명예교수(경제학)에 따르면 농협 차입금은 2012년 9조2천억원에서 2015년 11조원, 지난해 12조4천100억원을 넘겼다. 차입금은 계속 증가해 2022년에는 13조4천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협이 지급한 이자만 1천600억원이다.

장상환 명예교수는 "신경분리 당시 부족한 자금 12조원 중 6조원을 책임지겠다던 정부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차입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차입금 이자부담 탓에 농업지원비와 단위 농축협 배당금이 감소하는 등 농민지원사업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와 농협은 신경분리로 농협중앙회·경제지주·금융지주 구조를 갖추면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 명예교수는 "농민의 농산물 판매를 지원하는 판매사업을 강화하려는 취지에서 신경분리가 단행됐으나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며 "여러 금융기관에서 저렴한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농협 금융사업과 농가소득 간 직접적 관계도 약화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계열사 경영에 대한 농민 조합원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지주 계열사들을 상호금융연합회 자회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농산물 판매사업을 담당하는 품목조합과 품목조합연합회 결성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경제사업부문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농협 노동자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었을까. 우진하 위원장은 이날 토론에서 "손익목표 달성만 강조해 업무강도가 높아지고 직원 간 실적경쟁이 심화했다"며 "최근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신경분리 전보다 노동강도가 높다는 응답이 81.1%나 된다"고 토로했다.

이날 토론회는 설훈·김현권·심기준·정재호·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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