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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근무예비역 청년, 괴롭힘에 목숨 끊어"괴롭힘 당해도 피할 곳이 없다" … 직장갑질119 “관리·감독 사각지대”
   
▲ 직장갑질119

"이제 본격적으로 괴롭힌다. 쉬지도 못한다. 진짜 미쳐야 하나 보다. 목매달고 뒤지는 척이라도 하던가, 뛰어내리던가."

친구와 나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내용은 이게 마지막이었다. 다음날(3월16일) 새벽 청년은 목숨을 버렸다. 청년은 승선근무예비역이었다. 2007년 도입된 군 대체복무 제도다. 대체복무인데 민간인 신분으로 민간 선박에서 근무한다. 복무기간이 36개월로 길고, 해고되면 다시 현역으로 입대해야 한다.

고 구민회씨는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하소연했다. 스마트폰으로 자주 대화하는 친구에게 "방금 무릎 꿇고 왔다. 잘못했다고." "내일은 어떤 일로 털릴까" 하고 하소연했다. 그는 관리자에게 이런 일을 알리고 도움을 청했던 모양이다. 하루는 "부당한 거 말해 봤자. 이미 기관장이나 윗사람들한테 말해 봤는데 씨알도 안 먹힘. 오히려 역정냄"이라고 친구에게 말했다.

실제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실기사에게 알렸지만 구씨를 고용한 회사는 묵살했다. 회사 인사부장은 고인의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올해 2월17일 하선한 실습생들이 2월20일 자신을 찾아와 가해자의 괴롭힘을 신고했다고 말했다. 알고도 모르는 체 했다는 얘기다. 구씨는 유서에 이렇게 썼다. “정말로 죽을 거 같다고 생각한 게 한두 번도 아니지만 그때마다 엄마 생각 하면서 버틴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어제도 오늘도 엄마 생각하면서 버티려 했지만 더 이상 괴롭힘은 참지 못하겠다.”

직장갑질119는 "승선근무예비역 복무는 지역 병무청이 관리해야 하지만,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관리·감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승선근무예비역 신청자가 대부분 해사고·해양대 출신이라 해운회사가 몇 군데 없어 문제를 제기하면 군 제대 뒤 취업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압박도 받는다. 그야말로 섬이다. 직장갑질119는 “해양경찰도 해사고·해양대 출신이 많아 괴롭힘을 신고해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불신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직장갑질119는 승선근무예비역 제도를 폐지하거나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배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상사의 갑질과 괴롭힘에 노출되기 쉽고, 배 안에 갇혀 있어 상급자에게 괴롭힘을 당해도 피할 곳이 없다"며 "정부는 관리감독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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