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9.21 금 08:00
상단여백
HOME 노동이슈 노동정책
조선업 중대재해 조사 결과 노사 모두 '불만'국민참여 조사위 6개월 만에 결과 발표 … "다단계 하도급 제한·왜곡된 노사관계 정상화"
   
▲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2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2층에서 열린 조선업 중대재해 국민참여 조사위 공청회에서 작업중지 및 해제기준 무력화 등에 항의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 묵념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반복되는 조선업계 중대재해 발생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발족한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위원장 배규식)가 6개월 만에 조사 결과를 내놨지만 노사 양측 모두 불만을 표시했다.

조사위원회가 조선업 하청노동자에게 중대재해가 집중되는 원인으로 "다단계 재하도급과 원청 정규직의 위험업무 기피"를 꼽으면서 "원·하청 고용시스템 개선과 정규직 생산 직접참여 원칙 수립"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국민참여 조사위 제안에 사용자측은 "원청이 하청노동자 안전관리를 하고 싶어도 불법파견 우려 탓에 어쩔 수 없다"고 주장했고, 노동계는 "조선업 다단계 하도급 규제에 대한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정규직들이 하청노동자에게 위험업무를 전가했다는 결론은 유감"이라고 반발했다.

조사위 주최로 2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위원회 활동내용 설명 및 의견수렴 대국민 공청회'가 열렸다. 정부는 지난해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STX조선해양 폭발사고가 일어나자 민간전문가·조선업 경력자·노사단체 등 17명이 참여하는 조사위를 꾸렸다. 이날 공청회는 조사위가 6개월 동안 현장조사·면접·실태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조선업 하청노동자에 산재 집중된 이유는?
"치열한 수주경쟁과 왜곡된 노사관계"


조사위원장인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은 "2014년부터 조선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수주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조선사들이 기성금 삭감 등 비용절감 전략을 과감히 추진하면서 무리하게 공정을 진행했고, 추가 단가인하 등 부당한 계약관행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배 원장은 "왜곡된 노사관계도 한 이유"라며 "임금을 더 많이 받는 정규직들이 힘들고 위험한 업무를 기피하면서 사내하청에 대한 의존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원청은 산재예방시스템을 구비하고 있지만 하청업체까지 작동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배 원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원청의 과도하고 일방적인 생산시수와 기성금 감축을 규제하고, 재하청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에게 임금을 더 주는 식으로 숙련기반 기능등급제를 시행하거나 원·하청 간 임금·복지 격차 축소 등 왜곡된 노사관계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원·하청 고용시스템 분과위 간사인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하도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조선업 특성상 노무도급이 아닌 물량도급 형태의 재하도급이 필요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회사 밖에 전문화된 업체를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정식 현대삼호중공업 상무는 "안전과 관련해 원청의 감독권한을 강화하라고 하는데, 불법파견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원청의 책임권한이 어디까지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상무는 "지금 사업주 처벌만 강화하고 있는데 안전수칙을 위반하는 작업자에 대해서는 처벌규정이 약하다"고 주장했다. 김성훈 현대중공업 부장(사내협력지원)은 "2016년과 지난해 불황으로 조선 3사가 단가를 동결한 적은 있어도 지금까지 단가인하를 해 본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김 부장은 "정규직들이 위험업무를 기피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며 "정규직노조들도 본인들의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왜곡된 노사관계? 보고서에서 빼야"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왜곡된 노사관계 때문에 하청노동자 산재사고가 집중됐다는 내용은 보고서에서 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최 실장은 "조선업 정규직 인원은 그대로인데, 외주하청 노동자수는 대폭 증가했다"며 "정규직을 고용하지 않고 외주하청 고용방식을 택한 기업의 문제이지, 이를 호도해서 정규직 때문에 하청이 확대되고, 위험업무가 전가되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최근 산재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노조가 위험이 발생했을 때 작업중지를 시키고, 원·하청 계약을 할 때 산재은폐를 안 하는 업체를 선정하도록 노력했기 때문"이라며 "조사위가 기업 입장만 반영한 게 아니라면 공식보고서에 기재될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배 원장은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최종 결과보고서를 작성하겠다"며 "이번 조사 결과가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중대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공청회 초반 금속노조는 "졸속적인 조사 결과"라며 항의 피케팅을 했다. 박세민 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매년 50명 이상 조선노동자들이 죽어 갔는데 보고서에는 고용노동부 사업장 지도·감독이 얼마나 졸속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한 줄도 없다"며 "노동부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데 사업주가 법을 지키겠느냐"고 반문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혜정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이근탁 2018-04-25 11:38:29

    어제 공청회 현장에 있었는데 몇몇 위원들과 토론자들의 입에서 나온 말을 믿을 수가 없었네요. 정규직이 위험 업무를 하지 않아서 하청업체에 위험을 전가시켰다는 말에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네요.

    요즘 뉴스에 나오는 것만 봐서는 조선소는 온갖 악행은 다 저지르면서 잘못된 건 남탓으로 돌리는 모양새로 밖에 안보이네요. 생산직에게 물리학, 회계를 가르치질 않나 하청 지회의 단체교섭도 거부하고.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 배규식 위원장님 피켓 시위하다고 뭐라 할 게 아니라 6개월간 연구를 제대로 반영했는지 반문해보십시오.   삭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