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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온양공장 노동자 '비호지킨 림프종' 산재 인정"업무 연관성 낮다" 역학조사 결과와 다른 결론 …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되면 산재승인 늘어날 것"
근로복지공단이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비호지킨 림프종에 걸린 김아무개(33)씨의 산업재해 신청을 승인했다.

삼성전자 온양공장 작업환경과 관련한 역학조사를 했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업무 연관성이 낮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반면 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첨단산업 분야에서 발생한 희귀질환의 업무 연관성을 폭넓게 인정했다.

“첨단산업 희귀질환 업무 관련성 폭넓게 인정”

22일 공단에 따르면 김씨는 고등학교 재학 중이던 2002년 7월8일 현장실습생으로 온양공장에 입사해 QA 품질부서에서 6년7개월간 생산직 오퍼레이터로 일했다. 퇴직 후 3년2개월 만인 2012년 4월 비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2015년 3월31일 산재요양급여를 신청했다. 비호지킨 림프종은 신체 면역체계를 형성하는 림프계에 악성종양이 생기는 암질환이다.

공단의 역학조사를 의뢰받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지난달 초 "림프종 발병에 영향을 주는 벤젠·산화에틸렌·X선·감마선·트리클로로에틸렌(TCE) 등 유해물질 노출량이 기준치보다 낮거나 검출되지 않았다"며 김씨 질병과 업무의 연관성이 낮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질병판정위는 다르게 판단했다. 김씨가 마스크 같은 보호장구 착용이 미흡한 상태에서 고온작업을 했고, 근무시기를 고려할 때 벤젠 같은 유해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했다. 첨단산업 분야에서 발생한 희귀질환의 업무 관련성에 관한 대법원 판결도 고려했다.

공단 관계자는 "김씨 근무시점과 역학조사를 한 시점에 차이가 나는 데다 삼성전자 LCD사업부 천안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의 다발성 경화증을 산재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를 적극 차용해 질병판정위원들이 전향적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상시적으로 유해물질에 노출돼 일한 노동자에게 현대 의학으로는 그 발병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희귀질환이 발생한 경우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넓게 인정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에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노동자는 22명으로 늘었다.

“작업환경측정보고서 논란, 산재노동자들에겐 고통”

온양공장에서 직업병을 얻은 노동자가 어렵게 산재인정을 받았지만 어떤 환경이 발병원인이 됐는지와 관련한 정보는 산재 노동자들에게 여전히 높은 벽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일고 있는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 논란은 아쉽다. 대전고법은 올해 2월 온양공장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피해자에게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고용노동부는 법원 판결 이후 온양공장을 포함한 다른 공장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를 결정했지만 삼성전자는 반발했다. 삼성은 "작업환경측정보고서 내용에 영업비밀과 국가 핵심기술이 들어 있다"며 법원에 행정소송과 정보공개 집행정지 가처분을,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는 행정심판과 정보공개 집행정지를 각각 신청했다. 가처분 신청과 집행정지 신청이 잇따라 인용되면서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는 중단된 상태다.

김씨 산재 신청을 대리한 김민호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는 "2015년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가 비공개 처분을 받은 이후 3년간 피해자의 기억과 동료들의 증언에 의존해 업무 연관성을 주장해 왔다"며 "지난해 다발성 경화증을 산재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 이후 질판위 판정 경향이 전향적으로 바뀌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 결과만 근거로 활용해 불승인됐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김 노무사는 "지난 10년 동안 80여건의 삼성 직업병 산재신청 중 22명만 산재를 인정받았다"며 "삼성전자 작업환경측정보고서가 공개되면 산재 승인이 크게 늘어날 것"이고 말했다.

한편 공단은 삼성전자 기흥공장과 삼성SDI 천안공장에서 일하다 각각 비호지킨 림프종에 걸린 노동자들의 산재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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