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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4월의 노래
   
▲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누가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나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어/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엘리엇의 시 <황무지>의 4월에 대한 이 역설적 표현은 2018년 4월을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성폭력에 대한 미투(Me Too) 운동의 물결은 파도가 돼 넘실거리며 절대시인 고은을 삼키더니 연극계 대부 이윤택을 휩쓸어 버렸습니다. 차기 대통령후보 안희정을 몰락시키고, 자칭 미래권력 정봉주를 초라하게 만들었습니다. 모든 교과서에 실려 있던 고은의 아름다운 시편들은 모두 찢겨 나갈 예정이고, 곳곳에 세워진 기념비들도 패이거나 허물어졌습니다. 참 잔인한 일이지만 그렇게 해서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 내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우는’ 4월에 대한 기대와 자긍심을 가지게 됩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사퇴도 그렇습니다. 그는 분명히 ‘겨가 살짝 묻은 비교적 괜찮은 개’였습니다. 시체를 물어뜯는 하이에나보다 더 지독하고 지저분한 ‘똥 묻은 개’들에게 갈가리 물어뜯겨 피투성이가 되더니, 드디어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2018년의 4월은 그 죽음을 이기고 새싹을 솟아나게 하리라 우리는 믿습니다. ‘겨 묻은 정도야 뭐’ 하던 생각을 버릴 수 있게 돼 기쁩니다.

드루킹이란 괴물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의 새로운 사기꾼입니다. 여론을 왜곡하고 조작한 결과물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나 집단에 제공하고, 엄청난 이익을 챙기는 신종 수법입니다. 의도나 목적이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이며 위법임에도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우선 당선되는 것이 최선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진 정치인이나 정당에게는 치명적 유혹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정치풍토에서 돋아날 수밖에 없는 독버섯이지요.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에 상당한 상처를 준 게 사실이지만, 그 정도는 4월의 봄비로 씻어 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 4·3은 좀 달랐습니다. 무려 70년 만입니다. 1990년쯤이라 생각되네요. 서울의 어느 중학교 선생님이 그해 4월3일에 수업을 시작하며 “오늘이 제주 4·3 항쟁이 발생한 날입니다”는 말 한마디 했다고 국가보안법으로 구속기소돼 감옥살이는 말할 것도 없고, 10년 이상 해직생활까지 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러나 올해의 잔인한 4월은 꽃송이째 뚝뚝 떨어지는 붉은 동백꽃 한 송이를 우리들 가슴에 달아 줬습니다. 3만여 꽃잎들이, 그때 나는 어느 산비탈이나 골짜기 또는 어느 개울가에서 그렇게 억울하게 떨어졌노라 비로소 마음 놓고 소리치는 것 같습니다.

4·16은 더욱 그랬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외면하고 무시했던 못난 대통령 박근혜는 그 죗값으로 감옥에 갔습니다. 물속 같은 거기서 24년이나 지내야 한답니다. 스스로 반성은커녕 너무 억울하다고 악을 쓰고 있다지만, 잔인한 4월은 새로운 싹을 틔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그는 지난 15일 발표한 세월호 4주기 추모 메시지에서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세월호의 비극 이후 우리는 달라졌습니다. 생명을 우선하는 가치로 여기게 됐고 이웃의 아픔을 공감하게 됐습니다. 촛불도, 새로운 대한민국의 다짐도 세월호로부터 시작됐습니다.” 250명의 꽃다운 단원고 학생을 포함한 304명의 생때같은 억울한 죽음이, 새봄 4월의 들판처럼 우리 사회를 새롭게 바꿔 가고 있습니다.

진달랫빛 붉은 학생들의 피로 이룬 4·19는 이미 헌법정신이 됐고, 4·27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외세에 의한 분단 70년 만에 남북의 대표가,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에서 만납니다. 패권주의 강대국에 의해 갈라진 나라를 우리 힘으로 다시 붙이기 위해서입니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미리 보여 준 것처럼 평화의 한반도기를 함께 들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뒤이어 열린 패럴림픽에서처럼 일본은 우리의 독도를 빌미로 한반도 평화를 방해했고, 우리는 그에 휘둘려 결국 남북이 같이 입장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남북 만남에도 미국을 필두로 주변국들은 자기들 이해관계에 따라 개입하고 방해할 게 뻔합니다.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두 쪽으로 갈라져 있는 것이 그들에게는 제일 좋은 모양새니까요. 또한 수구 자유한국당과 태극기집회 적폐세력의 반평화 준동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믿습니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 내는 잔인한 4월의 그 따뜻한 봄볕을.

전태일재단 이사장 (president1109@hanmail.net)

이수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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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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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노동자 2018-04-20 11:34:40

    위원장님 감동적인 글입니다
    건강하시고 항상 세상의 밝은 빛으로 남아주시길 바랍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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