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영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 국내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act Point)를 개편해 다국적기업의 인권·노동권 침해를 예방하고 구제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NCP는 OECD 다국적기업 가인드라인과 관련한 분쟁을 처리하는 실무기구다. 한국NCP는 내년 OECD 동료평가(Peer Review)를 앞두고 있다. 국내외 노동계는 “한국NCP가 노동·시민·사회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참여 속에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국제사회 모범적인 NCP로 거듭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신뢰를 잃었다는 방증이다.

OECD는 각국 NCP가 OECD 가이드라인을 효과적으로 이행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NCP 간 동료평가를 하고 있다. 동료평가에서는 최근 1년 전까지 보고된 진정사건과 활동을 평가한다.

“한국NCP, 권위 있는 권고 내야”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OECD 가이드라인 한국연락사무소 개혁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가인권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해외노동자들의 유일한 구제수단인 한국NCP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개혁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NCP는 2000년 12월 설립됐다. 그런데 2016년 12월까지 접수된 이의제기사건이 31건에 불과하다. 이 중 한국NCP가 권고한 사건은 단 2건이다. 8건은 확인조차 불가능하다. 국내외 노동·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NCP는 해외노동자들이 한국 기업에 의해 인권침해를 당했을 때 의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구제절차임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독립성과 공정성·책임성·효과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로엘 니우벤캠프 OECD 기업책임경영 실무그룹 의장은 “NCP는 기업책임경영을 위해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확산시키고, 기업과 인권·환경·노동기준·부패 문제 해결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NCP 개혁과 관련해 “NCP는 공정하게 진정을 다루고 누구에게나 예측가능하고 공평한 절차를 수행해야 한다”며 “기업책임경영에 대한 권위 있는 권고안을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인권위는 2011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NCP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권고문에서 “NCP가 이의제기사건을 심의함에 있어 시민사회단체·노동계·기업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신뢰도를 높이고 업무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관이 당연직으로 맡고 있는 NCP 위원장을 민간 전문가에게 개방하도록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NCP는 산자부 산하에 설치된 데다 대한상사중재원이 사업과 활동을 수탁하고 있다. 전문성과 실무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국NCP 개혁모임에서 활동하는 김동현 변호사는 "대한상사중재원은 법무부 산하 민간기관으로 국내외 상거래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발생된 분쟁을 해결하는 곳"이라며 "OECD 가이드라인 이행과 홍보를 담당하는 NCP 사무국을 민간기관에 위탁하는 경우는 한국뿐"이라고 비판했다.

“제도개선으로 이해관계자 참여 보장해야”

한국NCP가 OECD 가이드라인을 이행하고 제소사건에서 공정한 판단을 내리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 변호사는 “전 세계에 설치된 44개 NCP 중 노동계와 시민사회 참여를 배제한 경우는 많지 않다”며 “외국NCP의 경우 다양한 이해관계자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한국NCP 개혁모임은 한국NCP 위원 구성과 사무국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산자부 투자정책관을 위원장으로 한 9인의 비상임위원을 이해관계자들이 추천한 민간위원 6명과 정부위원 5명으로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자문기구를 구성해 NCP의 공정성과 실효성을 제고하고, 대한상사중재원이 맡고 있는 사무국 기능을 정부가 직접 수행하자는 것이다.

이상수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NCP 개혁은 NCP를 단순히 비사법적 분쟁해결기구가 아닌 준사법적 기능을 담당하는 기구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NCP가 준사법기구로서 권위 있는 판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독립성을 갖고 신뢰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NCP를 이해관계자들이 추천한 소수 독립전문가로 구성한 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별도 자문기구를 두고 NCP를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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