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7.18 수 15:11
상단여백
HOME 노동이슈 노동정책
폐기된 일반해고 지침 '직장갑질 형태'로 생명유지아이엔지·에이비엘생명보험 저성과자 프로그램 계속 운영 … 노동부 실태조사 약속 안 지켜
   
▲ 2016년 1월 박근혜 정부 당시 고용노동부는 해고를 쉽게 하고 사용자가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 같은 임금체계를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양대 지침을 발표했다. 노동계는 쉬운 해고와 임금삭감을 불러온다고 반발했다. <사무금융노조>

고용노동부가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을 폐기했는데도 산업 현장에서 저성과자 프로그램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해고를 쉽게 하려던 것에서 괴롭힘 같은 직장갑질로 그 목적만 변경된 채 제도를 운영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

양대 지침 폐기 후에도 저성과자 프로그램 계속 운영

19일 사무금융연맹과 사무금융노조에 따르면 아이엔지생명보험과 에이비엘생명보험(옛 알리안츠생명)이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에이비엘생명보험은 2013~2014년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한시적으로 운영했다. 그러다 2016년 1월 노동부가 공정인사 지침을 발표한 지 5개월 만인 같은해 6월 제도를 부활시켰다. 연맹 에이비엘생명보험노조(위원장 제종규)에 따르면 회사는 도입 첫해 63명을 저성과 프로그램에 참여시켰다. 3개월 단위로 4차례 이어지는 교육 과정에서 절반 가량이 경고·견책·감봉을 당했다. 2명은 퇴사했다. 서울남부지법이 지난해 8월 "저성과자 프로그램에 따른 징계는 무효"라고 판결했지만 회사는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았다. 지난해 49명을 대상으로 재차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노동부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지난해 9월 양대 지침을 공식 폐기했다. 그럼에도 에이비엘생명보험은 거침이 없었다. 올해도 16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강행했다. 13명은 2016년과 2017년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경험자들이다.

프로그램 실효성도 의문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 노동자는 "오래된 리더십 강의 동영상을 보고 보고서를 써내는 일이 주어졌다"며 "일과 중에 강의를 듣기 어렵기 때문에 퇴근 이후나 주말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성과자 프로그램이 역량향상에 도움이 됐냐는 질문에 "프로그램 강의가 업무와 별 상관없는 것이었다"며 "교육을 미이행하면 업무지시 불이행으로 징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자존심 구겨 가며 허송세월했다"고 전했다.

해고 불가능해지자 직장괴롭힘 효과 노리나

회사가 저성과자 프로그램으로 얻고자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제종규 위원장은 "양대 지침이 발표됐을 때는 해고를 목적으로 했지만 폐기 이후에는 괴롭히기·직장갑질 형태로 변화했다"며 "견딜 수 있으면 남고, 못 견디겠으면 회사를 떠나라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이엔지생명보험 사례도 유사하다. 2013년 이 회사를 인수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인력감축 구조조정과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회사는 매년 직원들을 성과에 따라 1~5등급으로 평가했다. 성과가 낮은 5등급이 되면 성과급이 없고 임금인상에서도 차별대우를 받는다. MBK파트너스에 매각되기 전에는 5등급을 적용시키는 경우는 없었는데 매각 후 상황이 바뀌었다.

회사는 매년 6~7명에게 5등급을 부여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성과코칭'이라는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5등급 직원은 기존 업무 외에 추가 목표실적을 할당받아 6개월 안에 달성해야 한다. 외부강의 수강이나 자격증 취득, 영어시험 같은 과제가 주어진다. 목표를 완수하면 4등급이 된다. 회사는 최근 프로그램 참여자 가정에 "성과코칭 목표의 실행과 달성을 통해 업무능력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적극적인 자세로 참여하기를 통지(한다)"며 "(성과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취업규칙 관련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취업규칙에는 5등급을 세 차례 받으면 해고징계가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아직 해고된 사례는 없다.

이기철 노조 아이엔지생명보험지부장은 "직접해고를 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프로그램 대상자에 선정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회사에 충성하는 사내 분위기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정인사 지침이 사실상 살아 있는 데도 노동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영주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양대 지침 폐기 후 현장에서 논란과 갈등이 계속된다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아직까지 현장에서 (지침이) 적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실태조사를 하고 근로감독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침 폐기 후 아직까지 발견한 피해사례는 없다"며 "국회에서 지적한 상황을 정리해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에이비엘생명보험노조와 아이엔지생명보험지부는 교육을 이유로 일과시간에 처리할 수 없는 과도한 업무를 줘서 초과노동을 강요하거나, 업무와 연관이 없는 교육을 시키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노동부에 근로감독을 요구할 예정이다. 김영주 장관 면담도 추진한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정남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와우 2018-04-23 10:41:53

    정부의 권고나 지침을 어기는 사업장에 대해
    공권력을 이용한 최대한의 불이익을 줘야
    이런 갑질이 없어진다.
    만약 법을 어기면 엄벌에 처해야 하고 말이다   삭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