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발전소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중 97%, 발전소 산업재해 사망자의 92%가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청인 발전 5사가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은 “발전사들이 위험업무를 외주화하고 안전 책임을 하청업체와 개별 노동자에게 떠넘기기 때문”이라며 “발전사가 하청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 위험요인을 원청이 직접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필수유지업무라며 파업 금지, 정규직 전환할 땐 비주력업무?

공공운수노조는 19일 오후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요구했다. 한국남동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 5개 발전사에서 2012~2016년까지 5년간 발생한 346건의 사고 중 337건(97%)이 하청노동자의 업무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년간 산재로 사망한 발전노동자 40명 중 하청노동자가 37명(92%)이나 됐다.

김철진 일진파워노조 위원장은 “협력업체는 제한 시간 안에 업무를 마치라는 원청 요구를 거부하지 못한다”며 “어쩔 수 없이 하청노동자가 위험을 감수하고 일하는 현장에서 감전·추락·화상 등 사고가 잦다”고 전했다. 최성균 노조 한전산업개발지부장은 “노동위원회 결정에 따른 필수유지업무협정에 따르면 유지율은 연료환경설비운전이 100%, 경상정비업무가 50%”라며 “안정적 전력공급을 이유로 노동 3권까지 제한하면서 직접고용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발전 5사가 노무법인 서정에 의뢰한 ‘발전 5사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컨설팅 최종보고’에서 경상정비 직종은 “전력예비율, 전력공급체계 고려시 정비업무 문제로 정전 가능성이 낮다”며 국민 안전과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또 “연료환경설비는 전력생산 주력 설비가 아닌 비주력 설비에 해당한다”며 “환경오염·미세먼지 유발은 겅강 유해 관련도가 간접적”이라고 주장했다.

변희영 노조 부위원장은 “안전진단전문가도, 환경전문가도 아닌 노무법인이 이들 업무가 전력공급 구조에서 정전위험과 사고에 영향이 없는 것처럼 발표했다”며 “협력업체를 유지하기 위해 날조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발전현장에서는 직접고용이 만병통치약”

2016년 6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의 직접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법률 제안사유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업무에 대해 외주용역 인력을 사용하면 해당 노동자는 낮은 소속감과 고용불안으로 사용자에게 그 업무의 안전문제를 소신껏 제기하기 어렵다"며 "공중의 생명·건강 등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에는 직접고용 정규직을 사용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안에서 규정한 생명·안전업무에는 발전설비의 운전과 점검·정비업무가 포함됐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노동자들은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의 안전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다”며 “원활하게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모든 업무를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노조가 공개한 경상정비업체의 연장근무 집계자료에 따르면 연장근로는 심각했다. 1인당 월 연장근로시간이 100시간을 초과한 노동자들도 있었다. 노조 관계자는 “발전사들이 우리가 하는 업무를 하찮게 판단한다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하루 8시간만 근무하고 연장노동을 거부할 것”이라며 “불상사가 일어나기 전에 발전사들이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발전소 정규직 노동자들도 참석했다. 박태환 발전노조 위원장은 “발전회사에 있는 모든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야 노동자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활한 전력공급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며 “발전 현장에서는 직접고용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발전 비정규 노동자들은 이날부터 이달 25일까지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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