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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도 정상 기업으로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삼성 ‘80년 무노조 경영’ 깨졌다.” 18일 한겨레신문 1면 머리기사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로 구성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사측이 직접고용과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삼성 계열사에서 일부 노동조합이 설립되고 무너지기를 반복한 역사가 있었지만 이처럼 노사가 공식적으로 합의하고 선언한 예는 없었다.

2018년 우리는 메마른 땅처럼 느껴졌던 삼성에도 노동조합이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시대를 맞았다. 노동조합을 바로 세우기 위해 온몸을 다해 헌신한 조합원들과 함께한 모든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노조와해 수사에 부담 느꼈나.” 매일노동뉴스는 삼성전자서비스의 돌변한 태도 이면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고용노동부 적폐청산기구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에서도 삼성의 노조파괴 건은 핵심 사안 중 하나다. 노조파괴 관련 자료제출을 요구하라는 지속적인 요구에도 묵묵부답이었던 사측이 태도를 바꿨다. 이른바 ‘삼성문건’이 확인되고 이를 근거로 검찰에서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삼성 수장에 대한 형사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호의적이지 않은 여론도 신경 쓰였을 것이다. 더 이상 ‘꼼수’가 통하지 않은 현실을 봤을 것이다.

이참에 과거 검찰과 법원, 그리고 노동부의 행태를 비판한다. 위장도급·불법하청 문제에 관해 그동안 노동부와 검찰의 태도는 어땠나. 증거가 없다며 번번이 무혐의처분을 내렸다. 증거가 부족했다는 변명은 그만두자. 우리는 수사기관에 과연 진정으로 조사하려는 의지가 있었는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가장 중요한 증거인 노동조합 와해지시 프로그램(문서)은 그때도 있지 않았나. 지금보다 덜 오염된 증거다.

“내가 한 것이 아니다”라는 모르쇠가 아니라 “그땐 정말 잘못했다”는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 특히 감독부서인 노동부의 고해를 기다려 본다. 좀 더 기다려 봐야겠지만 노동부 본심에 대한 의심이 가시질 않는다. 노동부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를 주저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핵심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고,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판단이라고는 하지만 범위와 대상 등 필요범위를 한정해서 공개하면 된다. 노동부가 더 잘 알고 있으리라.

언론의 관심은 그야말로 뜨겁다. 발표 이후부터 각 포털 실시간 기사와 검색어 상위를 장식하고 있다. 삼성이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을 책임지겠다고 했으니 여타 기업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원청이라는 이유로 하청에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분별없는 불법경영'을 일삼은 사업자들에게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 재벌(Chae Bol)과 대기업 대다수가 여기에 속하지 않을까.

이번 합의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착취하는 방식으로 기업 이익을 좇는 방식이 한계에 달했다는 선언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청 노동자들이 받아야 할 대가를 원청은 단지 그 상위 사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이득을 누리지 않았던가. 앞으로 합의가 이행돼 직접고용이 보장된다면 동일한 가치의 노동에 대한 대가도 동일해질 것이다. 대통령의 선언으로 공공부문부터 시작된 정규직화 흐름이 삼성을 시작으로 민간부문에서도 크게 불어올 것으로 예상해 본다.

무엇보다 지극히 당연한 노동기본권의 확인이자 보장이라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결사의 자유, 노동자 단결권이 삼성이라는 이름 아래서는 그 의미를 잃었었다. 어디 이곳뿐이겠는가. 부끄러운 현실을 인정하고 이제라도 제대로 시작해야 한다. 마침 양대 노총이 노동조합 조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노동현장 분위기가 상당히 고무돼 있다. 이대로라면 400만명을 넘어 2천만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이 함께하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사합의를 다른 시각에서도 평가할 수 있다. 필자 입장에서 이번 합의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삼성서비스 사측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삼성그룹 전체다. 노동자가 있는 곳에 노동조합이 있어야 한다는 헌법정신을 실천했다. 숨은 이유에 대한 여러 추측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과거의 비정상에서 정상으로의 전환을 결정했다. 노동과 환경이 기준을 따르는 정상기업으로의 탈바꿈이다.

찾아보면 알겠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유수의 선두 사업장에는 모범적인 노동조합이 있다. 기업이 어려울 때 노동조합이 함께한 회사는 언제나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할 현존하는 가장 확실한 제도는 노동조합이다. 삼성은 노동조합의 힘으로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해도 좋다. 확신한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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