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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위험의 외주화를 멈춰라 ③] 코레일 직원이 아닌 철도노동자는 죽어도 되나김영준 철도노조 조직국장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공공부문을 축소했다. 업무를 핵심과 비핵심으로 나누고, 비핵심 업무를 외주화했다. 위험도 아웃소싱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은 작동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안전장치 없는 위험업무에 내몰렸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외주화된 상시·지속업무의 직접고용을 추진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외주화된 고용형태를 유지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노동자들이 현실을 담은 글을 보내왔다. 4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김영준 철도노조 조직국장

 

철도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선로에서 산업재해로 죽은 동료를 한두 명쯤 갖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나도 선로에서 열차에 치여 죽은 동료 두 명의 얼굴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2001년엔 같이 이야기하던 동료가 선로에 업무를 보러 나간 지 5분 만에 사망했다. 과거 수년간 노조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는 현장에 복귀해 일하다 지난해 선로에서 목숨을 잃었다.

철도 산재 사망사고는 매년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2017년 노량진에서 선로를 보수하던 노동자가 죽었고, 광운대역에서 열차 연결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죽었다. 그리고 철도노동자지만 코레일 직원은 아닌 하청 노동자가 청주 오근장역에서 선로 유지·보수업무를 하다 숨졌고, 안산 한대앞역에선 청소노동자가 사망했다.

세계 모든 나라에서 철도노동자가 매년 죽는 건 아니다. 2004년 만난 동일본노조 간부는 10년간 철도노동자 사망사고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무엇인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내세운 근본적 대책은 외주화다. 산재 사망사고가 빈발해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위험업무로 분류된 선로 유지·보수, 열차 연결업무 등이 주로 외주화됐다. 그 결과 2011년 인천공항선에서 5명의 하청 노동자가 사망하고, 2016년 김천역에선 2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지금까지 코레일 직원이 아닌 철도노동자들이 죽었다.

코레일은 2015년 하청 노동자 사고가 빈발하는 이유를 “노동관계법(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엄격한 적용에 따른 용역업무 지시·감독권 제한으로 제한적 안전관리 시행”이라고 적시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열차가 추돌하는 사고가 나서 직원이 중상을 입고 기관차가 반파되는 사고가 나자 작성한 사고보고서 내용이다. 관련 보고서는 사고 처리비용을 감안해도 외주화가 비용이 더 적다며, 사고를 낸 하청 노동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고, 하청업체가 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보험료를 위탁비에 반영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

정규직화 논의에서도 코레일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위험업무 외주화를 중단해야 한다는 노조 요구에 사측 참석자는 “노동자가 죽는 거지 국민이 죽는 건 아니어서 생명·안전업무가 아니고 직접고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코레일이 위험업무를 외주화하는 것은 단지 비용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청 노동자 차별은 죽은 후가 더 심각하다. 하청업체는 유가족과 작업 동료들이 노조 관계자를 만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얼마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서둘러 장례를 치르고,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사고보고서 한 장이 남는다.

코레일 소속 노동자가 사망하면 관리 책임자는 곧바로 직위해제되고 조사에 따라 그 책임을 지게 된다. 반면 하청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코레일 관리자가 책임지는 일은 없다. 사고가 나도 코레일은 책임이 없고, 실제 권한과 책임을 가진 사람이 아닌 하청업체가 그 책임을 대신 지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위험업무를 외주화하고 구상권을 청구하고 외주업체를 보험에 가입하게 하는 코레일의 대응 방식은 코레일 직원이 아니라면 철도노동자는 죽어도 된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 끔찍한 체계의 작동을 하루빨리 멈춰야 한다.

김영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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