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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조직화 경쟁에 부쳐
▲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조직화 경쟁에 돌입했다. 양대 노총의 김주영·김명환 두 위원장은 각각 조합원을 20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노총이든 민주노총이든 조합원 숫자가 늘어나면 노동자 처우개선에 유리하면 유리했지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양대 노총 경쟁을 응원한다.

이번 말고 양대 노총이 반목하며 조직화 경쟁을 한 시기가 있었다. 민주노총이 출범하고 나서였다. 민주노총은 급격하게 조합원을 늘렸고, 한국노총은 방어에 급급했다. 그 결과 민주노총 숫자가 더 많았던 적이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껄끄러운 민주노총에 1노총 지위를 넘기지 않으려, 한국노총 조합원 숫자는 늘리고 민주노총 숫자는 줄인 통계를 발표했다. 재계도 민주노총 견제에 발 벗고 나섰다.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시대가 변했다. 정부나 재계가 한쪽을 편들다간 큰 후유증이 생기고 삼성 꼴을 각오해야 할 거다. 이번 경쟁은 양대 노총 어디에도 딱히 불리하거나 유리하지 않은 비교적 평평한 운동장이 될 것이다. 양대 노총 경쟁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사뭇 흥미진진하다.

신규노조가 상급단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 번쯤 겪은 고민이 있었다. 한국노총을 선택하자니 뭔가 자주적이지 않은 것 같아 께름칙하고, 민주노총을 선택하자니 뭔가 격하게 투쟁하다 깨질 것 같아 불안하다. 2016년 노동부 통계에 전체 조합원 196만여명의 22.5%인 44만여명이 양대 노총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은 채 3지대에 있었는데, 그들 소속 3천300여개 단위노조가 품고 있는 고민의 일단이기도 하다.

그 고민이 일정하게 개선되지 않을까 싶다. 이미 개선되고 있다. 민주노총 측면에선 일자리위원회 참가와 대통령 면담이 민주노총에 대한 불안감을 씻는 계기로 작동하고 있다. 새롭게 꾸려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가하면 효과는 커질 것이다. 한국노총 측면에선 박근혜 정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 탈퇴와 양대 노총 공조가 한국노총에 대한 찜찜함을 터는 계기로 작동한다. 연대 흐름을 강화하면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양대 노총이 각각 조합원 200만명 시대를 만드는 것, 그래서 한국 사회 노조가입률을 20%대로 끌어올리는 것, 문재인 시대에 야심 차게 기획할 수 있는 목표다. 조합원 확대에 최적화된 시대다. 양대 노총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꼭 달성하기를 바란다.

한데 안타깝게도, 전망은 비관적이다. 양대 노총 숫자가 벌어지거나, 1노총 지위가 바뀌거나, 3지대 일부가 어딘가로 옮길 수 있겠지만, 양대 노총 모두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든다. 양대 노총이 각각 조합원 200만명 시대를 열려면 미조직 노동자 대다수를 차지하는 층에 대한 구상이 있어야 하는데,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여전히 사업장 단위로 노조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규모, 즉 100인 이상 사업장 조직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 통계에서도 항목마다 숫자가 조금씩 달라 들쑥날쑥하지만 어쨌든 전체 노동자 1천963만여명 중 1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는 445만여명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민주노총이든 한국노총이든 어느 곳도 200만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양대 노총 목표가 달성되려면 1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의 90%를 조직해야 한다. 단언컨대 불가능하다. 가히 노조 천국이라 할 만한 북유럽도 달성하지 못한 숙제다. 혹시 그들이 어느 한쪽으로만 가입한다고 상상할 수 있을 텐데, 그것도 불가능하다. 양대 노총은 엎치락뒤치락 비교적 균등하게 조합원수를 늘릴 것이다.

어디든 조합원 200만명 목표를 달성해 명실상부한 1노총 지위를 확고하게 구축하려면, 나아가 300만명을 넘고 500만명까지 꿈꾸려면, 경쟁적으로 99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 조직화를 구상해야 한다. 이 또한 단언컨대, 서둘러 첫걸음을 떼는 쪽이 200만명 고지를 선점할 것이다.

99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는 1천518만여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77%를 웃돈다. 그들의 노조 가입률은 겨우 1%다. 조직하는 일 자체가 막막한 과제다. 그들 상당수는 노조를 몰라서 만들지 않거나 가입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래 봤자 회사를 상대로 별반 얻을 것이 없다는 상황 판단 또는 체념 때문이다. 실제 그런 사업장이 다수다.

규모가 작고 형편도 어려운 사업장이기 때문에 노조를 만들고 투쟁해 봐야 생활이 나아지는 것도 없는데 괜히 사장과 불편하고, 주말까지 일해서 임금을 더 챙겨야 하는데 조합비는 꼬박꼬박 내면서 노조 행사는 참가해야 하고, 상급단체에 가입해도 귀찮아하는 데다 별 도움도 안 되고, 그러다 몇 년 못 가 해산되고…. 노조를 남의 일로 치부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답이 있다. 그들에게 노조 가입에 따른 혜택을 제공하면 된다. 그들의 팍팍한 당장의 삶에 보탬이 되는 그런 혜택 말이다. 한국 노조운동의 상상력이 빈곤해서 시도하지 못했을 뿐이지, 다른 나라 총연맹들은 오래전부터 구축하고 있는 방안이다. 방안은 사회연대경제를 접목한 서비스망 구축이다. 그 방안을 시도하면 양대 노총의 조합원 200만명 목표는 의외로 쉬운 과제가 될 수 있다.(다음 편으로 이어짐)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jshan8964@gmail.com)

한석호  jshan896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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