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대 노총과 국제노총, 국회노동포럼 헌법33조위원회 공동 주최로 12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ILO핵심협약비준과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국제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한국은 국제노총(ITUC)이 정한 '위기에 처한 국가' 목록에 올라 있습니다. 2014년부터 계속 노동자 권리보장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사실상 노조할 권리나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라는 의미죠. 다시 한 번 한국 정부에 촉구합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길 바랍니다.”

모니나 웡 ITUC 인권·노동기본권 담당자는 한국 정부에 ILO 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했다. 한국이 ILO에 가입한 지 27년이 지났지만, 핵심협약 8개 중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과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98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9호),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105호) 등 4개는 비준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ILO 핵심협약을 모두 비준하겠다”고 공약했다.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했다. 국제 노동계는 노동기본권마저 제약받는 한국 노동자들의 현실을 우려하며 한국 정부에 ILO 핵심협약 비준 공약 이행을 요구했다.

한국 2014년부터 노동기본권 최하위 등급

양대 노총과 ITUC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ILO 핵심협약 비준과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국제토론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국제 노동단체 활동가들은 한국 정부의 과도한 노조활동 개입과 사실상 허가제로 전락한 노조 설립신고제, 결사의 자유와 단체행동권 침해 상황을 우려했다.

루완 수바싱게 국제운수노련(ITF) 법률담당자는 “한국은 파업권 행사 범위를 너무 협소하게 해석한다”며 “노동조건 개선과 향상, 단체교섭 사안에 대해서만 파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바싱게 법률담당자는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인 상황이나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파업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수유지업무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필수유지업무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는 데다 대체인력 투입은 관대하게 허용하고 있다”며 “많은 노동자들이 실제 파업권을 박탈당하고 있으며, 파업 참여를 이유로 과도한 손해배상·가압류를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TUC는 매년 세계 139개국의 노동권 현황을 분석한 세계노동권리지수(GRI)를 발표한다. 한국은 2014년부터 필리핀·이집트·방글라데시·파키스탄·캄보디아와 함께 최하위인 5등급에 분류돼 있다. 막불리 사한 ITUC 법률국장은 “한국의 인권·노동권 문제를 수년간 제기해 왔다”며 “많은 부류의 노동자들이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노동계 “비준과 동시 제도개선” 정부 “국내법 개정”

국제 노동계는 글로벌 기업 삼성의 무노조 경영원칙과 노조 와해 의혹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사한 법률국장은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에 삼성 무노조 경영원칙과 조합원 차별건이 제소된 상태”라며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한국 검찰에 삼성 조사 관련 문서 제출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검찰 수사과정에) 삼성의 무노조 경영원칙을 입증하는 문건들이 많이 나왔다”며 “한국 정부가 (삼성에 대한) 필요한 조치를 취한 후 결사의 자유위원회에 다시 보고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대 노총 위원장은 기자간담회 후 열린 국제토론회에서 정부에 ILO 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ILO 핵심협약 비준과 법·제도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는 정부 의지가 필요하다”며 “진정한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해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가 실제적으로 실현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ILO 가입 후 27년의 기다림을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은 국정과제이기 때문에 절차를 밟아 가며 비준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ILO 핵심협약 비준은 문재인 정부 국정철학인 노동존중 사회 실현과 일맥상통한다”며 “협약 비준의 실제적 이행을 위해 상충되는 국내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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