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지난 10일 사회적 대화에 관한 매우 수준 높은 워크숍에 참석하는 기회를 얻었다. 주한 유럽연합대표부와 양대 노총이 함께 주관하는 행사였다. 지난해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유럽연합대표부에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유럽 여러 나라, 우리 입장에서 볼 때는 사회적 대화 선진국들의 사례와 경험을 그곳에 가지 않고도 듣고 우리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자리였다.

양대 노총 각 단위 활동가는 물론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까지. 그리 크지 않은 행사장이 100여명의 참가자로 빈틈이 없었다. 그야말로 사회적 대화에 대한 최근 우리의 관심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 만했다. 지난주 2차 노사정대표자회에서 합의한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 합의 소식을 전하며,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은 “새 정부의 노사정 대화에 기대해도 좋다”며 인사말을 전했다. 참석자 모두들 산적한 ‘시대적 과제’가 새로운 노사정 합의기구 틀 안에서 제때 풀리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사회적 대화를 바라보는 시각부터가 남달랐다. 나라마다 경험한 역사와 현재까지 이룩한 경제·사회 수준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리라. 네델란드 경제사회이사회(SER) 선임경제담당관(Roland)은 사회적 대화기구를 '플랫폼(flatform)' 내지 '중립지대(neutral ground)'로 표현했다. 정확한 이해는 어렵지만 일종의 공정성이 보장되는 논의의 장(場)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희망하는 사회적 대화 틀이 아닌가. “사회적 대화는 민주화 과정이다”는 우태현 노사정위 기획위원의 명료한 정의도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의 감명이었다.

그리고 ‘한국의 사회적 대화’에 관한 양대 노총의 공개적인 입장도 들을 수 있었다. 현장 노동자들은 연대와 공감에 기초한 양대 노총의 실력 발휘를 크게 기대하고 있다. 노동존중 사회 건설을 목표로 나아가는 정부와 보조를 함께하되, 노동정책 수립과 집행에 있어서는 노동자가 중심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에서의 주체도 물론 노동자여야 한다. 마침 문성현 위원장도 노동조합이 사회적 대화의 중심에 있음을 확인해 줬다. 그리고 워크숍에서 양대 노총 참여자들이 보여 준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수준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맞게 될 사회적 대화기구 위상과 운영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본격적인 출범시기에 관해서는 견해 차이가 있어 보였다. 김주영 위원장은 “자칫 결정적 시기를 놓칠 수 있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출범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비해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대화 과정을 볼 때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조직의 입장을 솔직히 밝히기도 했다.

어느 의견도 가벼이 여길 수 없음은 분명하다. ‘신뢰’와 ‘적시’. 워크숍 전체를 관통하는 요지이기도 하다. 유럽연합부터 국제노동기구(ILO)까지 발제를 한 전문가들도 사회적 대화의 성공 여부는 노사정(또는 공공) 사이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바탕이었다고 역설했다. 그들은 한국 사회의 신뢰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사적인 견해로는 과거 20여년간 사회적 대화가 노동자들의 ‘불신’을 받은 근본원인을 찾고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워크숍에서도 많은 이들이 지적했지만 그 가운데에는 ‘정부’가 있었다. 사회적 대화기구를 정부 정책의 정당성만을 확보하는 그야말로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는 비판이다. 동의한다. 그런데 현재는 어떤가. 과연 ‘정부’ 내지 ‘공공’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가? 촛불을 잇고 있다는 이 정부의 주장이 전혀 믿을 수 없을 정도인가? 조심스럽지만 현재까지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사회적 대화 성공 조건도 흥미로웠다. ILO 노동기준국장(Karen)은 “참여 주체 각자의 의지, 다양성 수용, 기술적 능력, 제도적 지원, 상호 의견 존중”을 꼽았다. 특히 정부 의지를 강조했다. 이에 반해 “노사정 대화에 ‘정부’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었다(대표적으로 네델란드). 각국의 경험과 현실을 반영한 주장이리라. 우리나라의 경험으로만 본다면 어떤가. 정부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렵다. 정부의 의지는 또 어떤가. 지난해 9월26일 김주영 위원장이 이른바 ‘3단계 프로세스’ 제안 이후 정부가 보인 의지는 매우 강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지금, 본격적으로 시작해도 좋지 않을까.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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