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마땅한 정규직 일자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프리랜서로 일합니다.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지만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수당을 덜 주는 식으로 차별하더군요.”(10년차 프리랜서 방송작가 A씨)

“몇 해 전 동해안 어느 지자체가 지원하는 ‘비치 페스티벌’이 행사 일주일 전에 취소됐어요. 주민들의 항의성 민원 때문이었대요. 기획사는 출연 예정인 뮤지션들에게 행사취소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어요. 유명한 아이돌이라도 있었다면 난리가 났을 텐데 뮤지션들이 기획사에 따졌지만 유야무야 끝났죠.”(이씬정석 뮤지션유니온 위원장)

프리랜서들은 '을 중의 을'이다. 고용은 불안하고, 임금은 낮다. 일감을 구하는 처지라 부당한 일을 당해도 큰소리 내는 일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서울시가 프리랜서 노동·환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11일 공개했다. 서울시는 올해 2월부터 세 달간 만 20~55세 프리랜서 1천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최저임금 밑도는 임금, 23.9%는 임금체불 경험=조사결과에 따르면 프리랜서 월평균 수입은 152만9천원에 그쳤다. 올해 서울시 생활임금(176만원)은커녕 최저임금(157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100만~200만원 미만이 39%로 가장 많았다. 50만~100만원 미만(32.6%), 200만~300만원 미만(15.5%), 300만~400만원 미만(7%), 400만원 이상(5.8%)이 뒤를 이었다.

임금(보수)을 책정하는 기준은 따로 없었다. ‘업계 관행’이라는 응답이 24.4%로 가장 높았고,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한다는 답은 1%에 불과했다. 보수지급 시점은 ‘작업완성 뒤 임의의 날짜’가 13%를 차지했다. 서울시는 “최저임금이 프리랜서 임금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업무에 대한 표준단가기준 마련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23.9%는 임금체불을 경험했다. 한 명당 체불금액이 평균 259만6천원이었다. 그런데 체불을 겪은 10명 중 6명(62.8%)은 “어쩔 수 없이 참고 넘어간다”고 응답했다. 프리랜서 10명 중 4명(44.2%)은 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았다. “업계 관행”(32.6%)이라거나 “상대방이 원치 않는다”(11.8%)는 답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이유였다. 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도 10명 중 2명(19.9%)는 계약서를 받지 못했다.

◇사전통보 없는 일방적 계약해지=일방적 계약해지를 경험한 이들은 15.1%나 됐다. 이들 중 “사전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60.9%였다. 계약해지를 당하고도 항의조차 못했다.“어쩔 수 없이 참고 넘어간다”는 응답이 88.1%였다.

프리랜서 절반 이상(54.6%)은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일감이 없었다.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일한다고 대답한 이들은 66.7%가 한 곳에서 일감을 받았고, 이 경우 60.8%는 근속연수가 1~2년 미만이었다.

프리랜서를 선택한 이유로 10명 중 4명(42%)은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일하는 분야의 특성상 현재 일자리가 대부분”(12.6%)이라거나 “구직과정 중·취업 전 임시”(12.2%) 혹은 “직장에 소속돼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서”(10.4%) 같은 이유였다. 프리랜서는 “법률·세무 상담과 피해구제 지원”(5점 만점 3.43점)이나 “부당대우·인권침해 모니터링 강화”(3.42점)를 필요한 보호정책으로 꼽았다.

◇공공사업 프리랜서 차별 많다=서울시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프리랜서 업계의 불공정 관행을 끊고 사회안전망 조성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위워크 을지로점에서 ‘서울에서 프리랜서로 살아가기’ 청책토론회를 열고 프리랜서들의 고충과 요구를 들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참석했다.

청책토론회에서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프리랜서 차별조사단 신설과 경력증명서 발급이 필요하다”며 “프리랜서 보호를 위한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영주 한국IT산업노조 위원장은 “일반적으로 공공 프로젝트에서 프리랜서가 차별받는 경우가 많다”며 “서울시 프로젝트에서는 그런 차별이 없었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박 시장은 “프리랜서 지위와 상황 개선을 위한 종합 마스터플랜을 만들겠다”며 “협동조합이든 협의회든 주체적으로 조직하고 서울시가 지원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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