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승규 변호사(법무법인 건율)

대상판결 : 헌법재판소 2018.2.22. 선고 2015헌바124 결정

1. 사실관계

이 사건의 청구인은 한국철도공사 직원으로 분당차량사업소에서 차량관리원으로 재직 중이다. 청구인은 민주노총에 가입한 조합원이기도 했는데,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2014년 5월29일과 같은달 30일 민주노총 중앙간부에게 선거와 관련된 파일을 전송받았다. 청구인은 위 파일을 철도공사 직원들의 이메일로 발송했다. 검찰은 위 파일에 특정 정당·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이 있다고 판단했고 청구인이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 4조1항3호에 해당하는 기관 중 정부가 100분의 5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관(한국은행을 포함한다)의 상근직원임에도 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했다.

청구인은 2014년 9월14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후 수원지방법원 2014고합534 사건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담당재판부는 기각결정했다. 이에 청구인은 2015년 3월17일 헌법재판소법 68조2항에 의해 법률헌법소원을 청구했다.

2. 심판대상 법률

다음과 같은 공직선거법 규정에 의하면 철도공사 상근임원뿐만 아니라, 상근직원까지 일체의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제60조(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다만, 1호에 해당하는 사람이 예비후보자·후보자의 배우자인 경우와 4호부터 8호까지의 규정에 해당하는 사람이 예비후보자·후보자의 배우자이거나 후보자의 직계존비속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5. 53조1항2호 내지 8호에 해당하는 자(4호 내지 6호의 경우에는 그 상근직원을 포함한다)

제53조(공무원 등의 입후보)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선거일 전 9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 다만,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 국회의원이 그 직을 가지고 입후보하는 경우와 지방의회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 장의 선거에 있어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의원이나 장이 그 직을 가지고 입후보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4.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4조1항3호에 해당하는 기관 중 정부가 100분의 5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관(한국은행을 포함한다)의 상근 임원

5. 농업협동조합법·수산업협동조합법·산림조합법·엽연초생산협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조합의 상근 임원과 이들 조합의 중앙회장

6. 지방공기업법 2조(적용범위)에 규정된 지방공사와 지방공단의 상근임원

제255조(부정선거운동죄)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60조(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한 자 또는 같은 조 2항이나 205조(선거운동기구의 설치 및 선거사무관계자의 선임에 관한 특례)4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선거사무장 등으로 되거나 되게 한 자

3.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의 연혁

1970년 12월22일 제정된 옛 대통령선거법, 1988년 3월17일 제정된 옛 지방의회의원선거법, 1994년 3월16일 제정된 옛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을 통해 정부가 납입자본금의 50% 이상을 출자한 기업체인 ‘정부투자기관(한국은행 포함) 상근 임직원’의 선거운동은 계속 금지됐다.

헌법재판소는 1995년 5월25일 91헌마67 결정에서 구 지방의회선거법 35조1항6호에 의해 지방의회의원선거 입후보가 제한되는 정부투자기관 임직원 중에서 집행간부가 아닌 직원에 대해서도 지방의회의원선거 입후보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그 후 2000년 2월16일 옛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60조1항5호에 “(4호 내지 6호의 경우에는 상근직원을 포함한다)”부분을 신설해 선거운동을 계속 금지하고 있다.

4.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철도공사 직원이라는 이유로 헌법상 보장되는 선거운동의 자유를 전혀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헌법상 기본권인 선거운동의 자유를 과잉 침해하는지 여부다. 구체적으로 철도공사 직원이 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도록 하면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지, 철도공사에 영향력이 큰 상근임원의 선거운동만을 제한한 것이 아니라 영향력이 미미한 상근직원까지 선거운동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는지, 철도공사 직원이 수행하는 직무 성격상 이들에게 공무원에 준하는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다.

5. 판결의 요지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 60조1항5호 중 53조1항4호 가운데 철도공사 상근직원 부분과 같은법 255조1항2호 중 위 해당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인 쟁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헌법재판소는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철도공사는 사실상 정부 지배하에서 독점적·공익적 성격을 갖는 사업을 운영해 국가정책과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철도공사에서 상근직원으로 근무하는 자가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금지해 선거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선거운동을 허용함으로써 예상되는 부작용과 폐해를 우려해 철도공사 상근직원에 대해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는 것은 위와 같은 목적의 달성에 적합한 수단으로 인정했다.

침해의 최소성과 관련해 철도공사 상근직원은 기관 경영에 관여하거나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고, 그 지위와 권한에 비춰 볼 때, 특정 개인이나 정당을 위한 선거운동을 한다고 해서 그로 인한 부작용과 폐해가 일반 사기업 직원의 경우보다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 85조3항, 86조1항에서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도록 하는 행위를 할 수 없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전형적인 행위도 할 수 없게 돼 있으므로, 선거운동 일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철도공사 상근직원의 선거운동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그 직을 유지한 채 공직선거에 입후보할 수 없는 상근임원과 달리, 철도공사 상근직원은 그 직을 유지한 채 공직선거에 입후보해 자신을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데, 자신을 위한 선거운동이 허용됨에도 타인을 위한 선거운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법익의 균형성과 관련해 철도공사 상근직원이 수행하는 직무 성격에 비춰 볼 때 이들에게 공무원에 준하는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고 할 수 없고,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공익은 그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내지 영향력 행사만을 금지하는 것으로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철도공사 상근직원에 대해 일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은 선거운동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데 비해 이러한 금지가 선거의 공정성과 형평성 확보라는 공익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아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6. 평가

우리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기본권에 대한 인식이 성장했고 선거운동 자유도 지속적으로 확대돼 가고 있다. 그러나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선거 공정성이라는 미명 아래 폭넓게 선거운동 자유를 제한하고 있었던 규정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 이미 1995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공공기관 상근직원과 상근임원을 구분해 상근직원은 피선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 국회에서 그 의미를 실질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을 재정비했다면 이런 소송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건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불구하고 철도공사 직원을 제외한 공공기관 직원, 농업협동조합 등의 직원, 지방공공기관 직원들은 여전히 재판의 전제성 때문에 판단 대상에서 누락돼 법률 개정 전까지 선거운동이 금지된다. 불필요한 논쟁과 형사처벌·소송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회의 입법을 통해 신속하게 시민들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