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정부가 지난해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지 9개월이 지났다.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은 1단계 전환 대상인 기간제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마무리하고, 파견·용역노동자 정규직 전환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 정책으로 비정규 노동자들은 정규직이 되는 꿈에 얼마나 다가갔을까. 노동계는 “정규직 정책은 사회적 의미가 크지만 노동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민주노총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고용원칙, 한 걸음 더 진전을 위한 해법’ 토론회에 나온 얘기도 다르지 않았다. 토론자들은 “1단계 전환 과정에서 협의기구 구성이 지연되고 전환 대상자가 제외되는 문제점이 나타났다”며 “1단계 전환 과정을 평가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이후에 진행될 2·3단계 전환계획 기준 마련에 참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관 자의적 해석으로 부담 최소화 골몰”

박주영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는 “기관들이 모호한 가이드라인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비정규 노동자를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상시·지속업무는 정규직 전환 대상인데 기관들은 일시·간헐적 업무, 고도의 전문적인 직무 같은 예외사유를 확대해석해 다수의 상시·지속업무 종사자들을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했다는 것이다. 기관들은 예산 확보가 어렵다거나 업무 자체가 구조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박주영 노무사는 “기관들이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며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보다 적극적인 신호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은 “청소·경비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다수 업종은 60세 이상 고령자의 정규직 전환을 배제하는 가이드라인 때문에 피해를 당했다”며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보완하고 전환 과정에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직무급제 확산 우려”

공무원 혹은 기존 무기계약직과 다른 직렬·임금체계를 설계해 차별을 세분화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주영 노무사는 “정부는 지난해 12월 각 기관에 ‘공무직 등 근로자 인사관리규정 표준안’을 배포했다”며 “공무직 등 근로자라는 표현은 공무직과 상이한 신분의 직군·직렬을 두더라도 무방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박 노무사는 “이런 법적 지위와 조직 체계상 직렬·직군 분리는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차별과 격차를 만들게 된다”며 “공무직의 단일한 승진·승급·임금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권용희 민주일반연맹 정책실장은 “정부는 당초 ‘공공부문 표준임금체계 모델(안)’을 도입하려고 했는데 이는 이른바 ‘중규직’인 기존 무기계약직보다 못한 안”이라며 “정부가 21세기형 신분제, 현대판 불가촉천민을 만들려고 했다”고 비판했다. 박주영 노무사는 “최근 모델안 강행도입은 중단됐지만, 최저임금 직무급제가 확산될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성식 국장은 “8천억원을 투입하면 5년 안에 정규직 전환자 임금이 기존 정규직의 80% 수준에 이를 수 있다”며 “정부는 무기계약직 임금 수준을 정규직의 80%로 설정하고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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