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제너럴 모터스(GM)가 정부와 노동자들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제시한 카드들이 한국지엠의 지속적인 발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와 노동자들이 지엠 유인책에 끌려다닐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황현일 박사(경희대 사회학)가 10일 오후 국회도서관 지하 1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지엠 부실 원인규명 대토론회’에서 펼친 주장이다. 정부의 자금 지원이 유력한 만큼 한국지엠을 국민기업으로 키우자는 제안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노총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노회찬 정의당 의원·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노정 위험 감수하고 충분히 협상해야"

지엠은 한국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 주고, 노동자들이 임금·복지 삭감에 동의하면 한국지엠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중 하나가 ‘신차 2종 배정’이다. 그런데 지엠이 말하는 ‘신차’가 기존 차량 재배치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황현일 박사는 “현재 추세와 지엠 계획에 비춰 보면 향후 한국지엠 생산차종은 트랙스 후속·말리부·스파크 3개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6년 한국지엠의 생산차종은 7~8개였다. 지엠은 "경영정상화가 이뤄지면 한국지엠에서 50만대 생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황 박사는 지엠이 트랙스와 스파크 두 차종으로 40만대 생산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그는 “지엠의 ‘50만대 생산을 유지하겠다’는 발언을 보면 현재 생산되는 차종과 그 후속 차량을 만들 것으로 예측된다”며 “다시 말해 신차 2종 배정이 기존 모델을 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신차 2종 배정이 한국지엠 지속가능성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해석과 연결된다. 신차 배정으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지엠 논리에 우왕좌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황 박사는 “지엠의 공세와 관련해 노정 모두 신차 배정 지연 위험을 감수하고 협상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지난해 한국지엠이 52만대를 생산했는데 50만대 생산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것”이라며 “지난 5~6년간 한국지엠 군산공장에서 차세대 크루즈 신차 배정을 둘러싸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살펴보면 지엠이 ‘신차를 배정한다’는 확정적인 약속조차 얼마나 황당한 방식으로 어기는지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기업화 전제로 자금 지원하자"

노동자들도 전문가들의 의견에 동의했다. 김경호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지도고문은 “지엠자본이 현 상황의 유리한 여론형성을 위해 계략에 따라 의도된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지엠의 의도를 냉철하게 파악해 보면 한국지엠에 투입된 차종의 생산 종료시점이 지엠 철수시점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한국지엠 지원을 자동차산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문종인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지엠에 대한 정부 지원은 정해진 수순이지만 단순한 자금지원은 한국지엠의 부실한 경영과 불안한 장래로 인해 국민적 지지를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문 연구위원은 “정부의 자금 지원을 기초로 한국지엠 일부 또는 전체를 노조·자동차부품사, 중앙·지방 정부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공동으로 운영하는 국민기업화가 공동의 이익을 위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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