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고용노동부가 31개 병원 사업장을 상대로 강도 높은 근로감독을 펼쳐 199억원의 임금체불을 적발했다. 노동부는 병원 전산시스템의 출퇴근 로그기록을 샅샅이 들여다보고 근무시간 뒤 이뤄지는 무급 인수인계나 교육 같은 '공짜노동'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보여 줬다. 병원뿐만 아니라 유사업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0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부산·울산·경남지역 대학병원 9곳과 300인 이상 대형병원 22곳 등 31곳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150건의 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 병원은 199억원의 임금을 체불한 것으로 집계됐다.

근로감독 대상 병원 100% 노동관계법 위반

부산지방노동청 근로감독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실시됐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특별근로감독이나 정기적으로 사업장 실태를 점검하는 수시근로감독과 다르게 부산노동청 자체적으로 기획·실시하는 기획근로감독 방식으로 이뤄졌다. 부산노동청 관계자는 "서류 위주 점검에서 탈피해 병원 경영상황과 그동안 노사관계 등을 철저하게 사전조사하고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했다"며 "특히 전자간호기록시스템(ENR)과 지문인식시스템 같은 전산자료 입력 내용을 살피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감독을 했다"고 설명했다.

근로감독에서 감독 대상 병원 31곳 모두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이 적발됐다. 한 개 병원을 제외한 30개 병원에서 △최저임금 미달 △통상임금 산정 오류에 따른 연장근로수당 과소지급 △비정규직 임금차별 등으로 모두 199억원의 임금을 체불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한 곳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노동자를 고용했다 적발됐다.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이나 위험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아서 법정수당을 부족하게 지급한 사례가 전체 체불액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 반면 최저임금에 상여금이나 식대를 포함해서 법정 최저임금액에 밑도는 임금을 지급한 사례도 14개 병원에서 적발됐다. 최저임금 위반액은 14억1천500만원이다.

공짜노동 문제도 심각했다. 근로감독 대상 병원 31곳 가운데 29곳에서 근무시간 종료 뒤 인수인계를 하거나 교육에 참석하는 식으로 사실상 연장근로를 했는데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부산노동청은 "이들 병원에 43억8천100만원의 미지급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에게 가족수당·식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기본급을 낮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불합리하게 차별한 병원도 12곳(체불액 6억4천300만원)이나 됐다.

정지원 부산노동청장은 "이번 근로감독이 병원에서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인력충원을 통해 장시간 노동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려면 노사의 후속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부, 대형병원 근로조건 자율개선 점검 실시

현재 노동부는 '신규간호사 열정페이'로 논란이 됐던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6개 대형병원 근로감독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작한 근로감독은 현재 막바지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왕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출퇴근 로그기록에 대한 전산입력시스템을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증거수집)' 조사로 진행해 근로감독이 길어지고 있다”며 “곧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근로감독과 함께 대형병원 50곳을 대상으로 근로조건 자율개선 점검을 실시 중이다. 김왕 근로기준정책관은 “근로감독과 자율개선 점검으로 병원의 근로조건 개선 움직임이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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