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비리 사태가 불거진 DB금융투자(옛 동부증권)가 '노조탄압 회사'라는 불명예까지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조합원 탈퇴를 종용한 혐의로 회사를 수사 중인 가운데 사무금융노조 DB금융투자지부(지부장 정희성)가 고원종 대표이사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10일 정오 서울 여의도 DB금융투자 본점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고원종 대표는 지부 출범 후 1년이 넘도록 단체협약 체결을 미루고 조합원 탈퇴를 종용한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지부는 회사가 성과에 따라 직원 임금을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임금체계를 도입한 것에 반발해 지난해 3월 노조를 설립하고 사무금융노조에 가입했다. DB금융투자 창사 36년 만의 노조 설립이다.

회사는 사내 인트라넷상 직원 연락처를 삭제하고 지부 소식이 올라오는 자유게시판을 폐쇄했다. 본부장·지점장을 포함한 관리자들은 직원 개별면담에서 지부에 가입하지 마라고 종용했다. 지부를 탈퇴하지 않은 조합원이 원격지로 발령 나기도 했다. 한 지역본부에 있던 조합원 29명 중 28명이 일거에 노조를 탈퇴했다.

지부는 출범 2개월 만에 조합원이 반토막 이상 급감하자 지난해 5월 고용노동부에 고원종 대표 등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다. 노동부는 올해 2월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고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관리자들에게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했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지부는 이날 설립 1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결의대회에서 직원들에게 회사 정상화를 위한 지부 가입을 독려하고 고원종 대표 사퇴를 요구했다. 정희성 지부장은 "최근 지부 설문조사에서 직원 90% 이상이 노조 필요성에 공감하고 지지의사를 밝혔지만 지부 가입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며 "비리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지부를 중심으로 단결해 경영진을 견제하자"고 호소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연대발언에서 "회사가 대화를 해태한 탓에 22차례 교섭에도 단협이 체결되지 않고 있다"며 "금융권 노동적폐를 청산하는 투쟁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준기 전 DB금융투자 회장은 해외체류 중 여비서를 상습적으로 강제추행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귀국하지 않고 있다. 그의 아들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은 장인(차광렬 차병원그룹 총괄회장) 회사 계열사 주식이 급락하기 직전에 내다 팔아 19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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