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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바라기-주 52시간 노동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한 달이 지나갔고, 3개월 후면 시행이다. 노동시간단축에 관한 개정 근로기준법 말이다. 지난 2월28일 국회에서 의결했고, 이를 3월20일 문재인 대통령 명의로 공포했다. 5개 특례업종을 제외하고 연장근로까지 포함한 1주간 노동시간 한도가 52시간이라고 명시한 근로기준법은 7월1일부터 시행된다. 사업장 규모 등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행되는데, 당장 올해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이 시행 대상이다. 그래서 해당 사업장에서 사용자는 그 시행을 준비하고, 노동자·노조는 그에 대응하고 있다. 사업장에서 기존 근무형태가 개정 근로기준법을 위반할 것이 분명하기에 그걸 피하기 위한 근무형태를 모색하고 있다. 법 개정 전후에 있었던 비판도 언제부턴가 더는 찾아볼 수가 없고, 어떻게 시행을 준비하고 대응할 것인가에 몰두하고 있다. 8일에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법 시행을 앞두고 노동시간단축 정책을 점검했다. 노동시간단축법 시행을 앞두고 이 나라는 주 52시간 노동시간제에 빠져들고 있다. 노·사·정 모두가 말이다.

2. “문재인 정부는 연간 노동시간을 2천69시간에서 1천800시간대로 줄이는 것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 추진”했는데, “그 결실의 하나로” 국회 통과와 정부 공포로 법 개정이 이뤄졌다고, 이는 “감격적이고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문재인 정부의 고용노동부 차관 이성기는 한 경제일간지 칼럼에서 개정 근로기준법을 말했다. 문재인표 노동시간단축법을 높이 찬양했던 것이다. 그가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을 실질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며 개정법을 설명했는데, 주 52시간 노동시간 부분을 보면 “첫째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했고, 둘째 사실상 무제한 노동이 가능했던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26개에서 5개로 대폭 축소했으며, 셋째 그간 많은 논란의 대상이었던 휴일노동 임금 가산율도 8시간 초과 노동에 대해서만 통상임금의 100% 이상으로 지급하도록 명문화했다”고 설명했다. 개정법의 내용을 그대로 소개했던 것이다. 이런 칼럼을 읽으면 8시간 이내 휴일노동의 중복할증(통상임금의 100%)이 제외한 것이 아쉽지만 주 52시간으로 노동시간단축을 이뤄낸 것이라고 평가할 만하다고 끄덕일 것이다. 이 나라 많은 노동자가 고개를 말이다. 특례업종이 대폭 축소되고,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된 것에 ‘역시 문재인이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였나. 국회 통과 전후에 이번 법 개정을 둘러싸고 사전에 노동계와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던 것 말고는 개정법 무효화 투쟁은 찾아볼 수가 없다. 찬양은 없지만, 그렇다고 완강한 반대도 없다. 오늘 이 나라 노동운동이 문재인표 노동시간단축법을 대하는 표정인 것이다.

3. 박근혜 심판을 위한 촛불집회부터였나. 지난 촛불대선 이후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대하는 노동운동의 표정은 완강한 반대를 찾아보기 어렵다. 비정규직·최저임금·채용비리·노동시간단축·헌법개정·기업구조조정 등 주요 노동문제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을 바라보고 있다. 이 나라에서 노동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선도적으로 제기하고, 이 나라 노동운동은 그걸 쫓아가고 있다고 여길 정도다. 현실을 고려한 실현가능성이라는 개념을 보태서 보면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주요 노동문제의 인식이 뭐가 다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였나. 노사정 대화에 커다란 내부 반발 없이 참여하게 된 것도. 이전의 어떠한 대통령보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자에게 관심을 두고 노동문제를 다룬다. 그러니 굳이 조금 다른 차이를 강조해서 반대할 일도 없고, 반대하다 자칫 문재인표 노동정책이 좌절될까 걱정이 돼서 이 나라 노동운동은 오늘 ‘문재인바라기’가 된 것인가. 하지만 아무리 촛불집회를 함께 한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라도 권력은 권력이고,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나아가야 하는 노동운동과는 지향, 그리고 존재이유가 같을 수는 없다. 어떠한 경우라도 노동운동은 권력에 독립해 서 있어야만 한다. 어떠한 경우라도 노동운동은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권력을 비판해야만 한다. 노동을 편드는 권력이라서 함께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그것은 변명일 수밖에 없다.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나아가는 노동운동은 권력바라기로 전락해서는 스스로 존재이유가 없고, 결국 자신을 잃고 만다. 권력에 기대서 문제 해결을 추구하면 할수록 운동은 권력지향이 되고 종국에는 운동을 잃게 된다. 좋은 권력이라서 기댄다는 것은 변명이다. 그건 권력보다 노동자를 위해 나아가지 못하는 운동의 변명일 뿐이다. 권력이 한 걸음 나아간다면 노동운동은 노동자를 위해서 열 걸음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권력이 기업이니 국가경제니 하며 자본을 고려하며 현실 운운하고서 한 걸음을 내디디고자 할 때 노동운동은 그 권력의 걸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걸 넘어서 열 걸음 앞을, 그 자신의 발걸음을 바라봐야 한다. 노동운동은 어떠한 경우라도 권력바라기여서는 안 된다. 권력과 자본에 대해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한 노동바라기여야 한다.

4.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촛불대선에서 “임기 내 1천800시간대 노동시간 실현”을 공약했다. 이를 위해 “연장근로(휴일을 포함)를 포함한 법정근로시간 주 52시간 상한제 전면 이행” “연장근로 제한법제가 적용되지 않는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업종 축소”를 약속했다(나라를 나라답게, 19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84면).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은 그 공약을 그대로 이행한 것이다. 공약집에서는 8시간 이내 휴일노동에 대한 중복할증(통상임금의 100%) 인정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그리고 “휴일노동 임금 가산율도 8시간 초과 노동에 대해서만 통상임금의 100% 이상으로 지급하도록 명문화”한 개정법 내용은 자신의 공약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시간에 관한 권리를 명시적으로 해하는 것이다. 법원이 잇달아 8시간 이내 휴일노동의 중복할증을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고 있음에도 그걸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법 개정을 통해 노동자의 가슴에 대못질을 한 것이다. 특례업종 축소는 이미 박근혜 정권의 노동시장 구조개혁법안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포함돼 있었다. 그걸 변화된 현실을 고려해서 조금 더 축소했다고 박근혜 노동정책의 적폐를 청산한 법 개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했다”는 법 개정 내용은 1주일을 휴일을 포함한 7일이라고 근로기준법에 규정한 것을 말한다(2조1항7호). 1주일이 일요일·토요일 등 휴일까지 포함해서 7일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1주일은 7일이라는 것을 개정 전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지 않았던 것은 굳이 규정할 필요가 없어서였다. 1일을 24시간, 1월은 31일, 1년은 365일 내지 366일 등이라고 굳이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오직 이 세상에서 노동부만이 1주일은 일요일 등 휴일을 제외한 6일·5일인 것이라고 제멋대로 행정해석해서 노동현장에서 법집행을 해 왔던 것이다. 명백히 위법한 법집행이었다. 이러한 노동부 행위에 대해서는 무시하면 그만이다. 그걸 바로잡겠다고 1주일이 휴일을 포함해서 7일이라고 명시하는 법 개정을 한다면, 그 법 개정을 의결하는 국회의원 내지 국회와 그 법률을 공포하는 대통령은 스스로 바보라고 자백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노동부처럼 1주일이 7일이 아닐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고, 그래서 이제는 휴일을 포함해서 7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이 있기 전에도 법은 1주일은 7일이었을 뿐인데, 노동부를 편들겠다고 이 나라 권력기관은 법 개정을 통해 바보선언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 바보선언이든 뭐든 노동시간단축으로 인해 노동자의 권리를 저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만 노동자의 임금권리를 저해하는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자유·평등 등 천부의 인권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사업장에서 그걸 잃고 사용자에 복종하는 노동자가 되는 근로계약은 일정한 노동시간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는 계약이다. 제공하는 노동시간에 대해 임금을 지급받는 노동자는 그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임금은 감축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기 위한 법 개정에 있어서는 단축되는 시간에 상응하는 임금을 보전하는 조치를 취해 왔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노동시간단축으로서 의미가 없다고 나는 감히 말한다. 그건 국가가 법률로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기 위해서 하는 노동시간단축이 아니다.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가 자신의 사정에 따라 잔업·특근을 줄이고 짧게 일한다고 해서 그걸 두고서 노동시간단축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생활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종전의 임금을 보전받는 법 개정이라야 노동시간단축이라고 평가할 수가 있다. 만약 이렇게 보지 않는다면 정규직 노동자가 단시간 노동자로 되면 노동시간이 단축되는 것이라고 당신은 말해야만 할 텐데 그건 아니다. 이번 법 개정은 노동자의 임금보전 없이 이뤄졌고, 그래서 나는 감히 그걸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는 노동시간단축이라고 평가하지 못한다. 이제 그 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주 52시간 내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삭감되는 임금을 보전받느냐는 것은 오로지 이 나라 노동자·노동운동의 일로 놓여 있다. 그러니 마냥 문재인바라기여서 안 된다. 개정법의 시행에서 노동자 임금권리 삭감을 막아 노동시간단축을 쟁취하는 노동운동이어야만 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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