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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이후 삶을 두려워하지 않으려면조은혜 공인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
▲ 조은혜 공인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

법률사무소에 들어오는 사건들, 그리고 시시때때로 들어오는 상담 중에 가장 신경이 쓰이는 내담자 부류를 꼽으라고 하면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이다. 단순히 어른공경 차원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들의 상담을 듣거나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상담이 잘 마무리되든 안 되든, 사건에서 이기든 지든 간에 그 마지막엔 약간의 씁쓸함이 남는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다. 지난해 한 어르신이 계약만료로 인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상담하러 오셨고, 위임을 받아 사건을 진행하다가 심문회의에서 부당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 전액을 받고 화해를 한 적이 있었다. 갱신기대권이 엮인 문제였고 이기기 쉽지 않은 사건이었기 때문에 평소라면 부당해고 기간의 임금상당액 전액을 받고 화해했으니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분이 60대 후반의 어르신이었다는 것이다. 그분은 60대 후반 나이에 재취업 자리를 찾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고 말하며, 좋은 조건으로 화해했지만 이후에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경제생활을 지속해야 하는 노령인구도 늘어났다. 그러나 노령인구를 위한 일자리는 많지 않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에 고령자 기준고용률(고령자를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하는 일정 비율)이 있지만 이는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에만 해당된다. 심지어 현행 고용보험법 10조에 따라 65세 이후 고용된 노동자는 고용보험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비자발적 이직을 하더라도 실업급여 수급이 불가능해 실직상태에서 소득을 보전할 길이 없다. 특히 용역업체에 소속된 노동자의 경우 중간에 용역업체가 변경되면 새로 계약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더라도 65세 이후에 용역업체가 변경되면 적용제외에 해당돼 실업급여를 못 받는 상태가 발생하곤 한다.

이처럼 용역업체 변경으로 인해 65세 이전에 고용됐음에도 실업급여를 수급받지 못했던 노동자들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도록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지난달 30일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2소위로 이관됐다. 별도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였지만, 사회가 점차 고령화되면서 생계를 꾸려 나가기 위해 일해야 하는 고령노동자가 증가하고 있으므로, 하루빨리 65세 이상 노동자에게도 고용보험이 적용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편 65세 이하 노동자에게 발생하는 문제들이 많다. 우리나라 노동자 정년은 만 60세지만 국민연금 수급 나이는 기존 60세에서 점차적으로 65세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이처럼 정년 또는 퇴직 시점과 연금수령 시점 사이에 소득이 없는 기간을 ‘소득 크레바스’라고도 말하는데, 미리 모아 둔 돈이 없는 고령자는 이 기간에 재취업을 하지 않는 이상 살길이 막막해진다. 조기수령을 하더라도 그만큼 연금수령액에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마냥 달갑지는 않은 제도다. 게다가 국민연금공단은 지속적으로 수급 나이를 올리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몇몇 국가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듯이 정책적으로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나이를 연계하려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얼마 전 임금체불 사건을 진행했던 70대 노동자는 10여년 정도 일한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내쫓겼지만 자진사직으로 처리되는 바람에 실업급여도 신청하지 못했다. 연세가 연세인지라 재취업이 어려울뿐더러 일가친척 없이 홀로 사는 분이라 월세를 내며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다. 모든 사건에는 책임감이 따르지만 이런 노동자들의 사건을 진행할 때면 더더욱 부담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대단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건 아니지만 노동자의 막막함이 이해되기 때문에 괜스레 더 고군분투하게 된다.

고령노동자의 일자리 문제와 소득공백이 해결되지 않으면 그 책임과 부담은 부양가족들과 청년들에게 고스란히 넘어온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2016년 기준 82.4세다. 60세 정년 이후 20여년을 더 살아가야 하는 고령노동자들이 적어도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고 소득 크레바스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길 바란다.

조은혜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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