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뒤 정규직화 방안을 놓고 원청과 갈등했던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9일부터 정규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전에 일하던 사내하청업체가 쌓아 놓은 퇴직적립금이 부족해 상당한 액수의 퇴직금을 못 받을 처지에 놓였다.

9일 경기도 안산지역 노동계에 따르면 캐논코리아 사내하청업체였던 유천산업 노동자 41명 중 퇴사의사를 밝힌 9명을 제외한 32명이 이날 캐논코리아와 근로계약을 맺고 첫 출근을 했다.

노동부 안산지청이 올해 2월 캐논코리아에 불법파견 판정과 함께 유천산업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라고 명령한 뒤 정규직화 방안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캐논코리아는 자회사 정규직과 원청 1년 계약직 중 선택하라고 노동자들을 압박하다 최근에서야 정규직 고용 방침을 밝혔다. 유천산업 노동자들은 근속과 퇴직금 승계를 캐논코리아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산지역 노동계 관계자는 “캐논코리아가 9일까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업무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노동자들을 채용하겠다고 압박하는 바람에 노동자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근로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노동자들의 퇴직금이다. 사내하청업체였던 유천산업이 지난달 말 폐업했는데, 노동자들에게 줘야 할 퇴직금 중 45% 정도만 적립했다. 노동자들이 캐논코리아에 근속과 퇴직금 승계를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으면서 퇴직금 상당액을 못 받게 됐다.

이번에 정규직이 된 노동자들의 사내하청 평균 근속기간은 7년이다. 근속기간이 16년인 노동자도 있다. 지난달 출산휴가에 들어간 한 노동자는 출산전후휴가급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고, 육아휴직 사용도 어려워졌다.

노동자들은 노동부에 체당금 지급신청을 추진하는 한편 캐논코리아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해서 불법파견 기간 정규직과의 임금차액을 돌려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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