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삼성의 ‘노조 와해공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삼성전자가 작성한 ‘마스터플랜’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실행 여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 문건은 2013년 공개된 ‘S그룹 노사전략’ 문건보다 구체적인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지회장 나두식)는 9일 “2013년 7월14일 노조를 설립한 뒤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살펴보면 문건은 실제로 시행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오기형 금속노조 지회 정책위원은 “문건에 담겼다고 전해지는 ‘표적감사 등으로 인사·금전적 불이익’ ‘반대 시위 기획’ ‘단체교섭 지연’ ‘대관·언론 대응 지침’ 등은 과거 공개된 문건에는 담겨 있지 않았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최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가 삼성전자서비스 압수수색 과정에서 6천여건의 노조 대응 문건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마스터플랜에는 노조설립부터 설립 이후까지 단계별 대응 지침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노조활동 계속하면 업무지원 못해”

지회에 따르면 회사는 노조가 설립되자마자 탈퇴를 종용하는 일이 일어났다. 지회는 “삼성전자서비스가 각 지역 센터에서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며 “노조를 조기에 무력화하기 위한 대응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지회는 △탈북자 출신 조합원 2명에게 노조에 가입하면 “북으로 다시 보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례(2013년 8월·부천센터) △노조간부가 노조 가입서에 대해 설명하던 중 센터 사장이 “이렇게 가입하는 것은 무효로 처리되며 노조에 가입하면 상당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사례(2013년 8월·동인천센터) △외근셀장이 “앞으로 노조활동을 계속한다면 셀장으로서 업무적인 지원을 할 수 없다”며 노조탈퇴서 작성을 강요한 사례(2013년 10월·양천센터) 등을 제시했다.

교섭 지연도 반복됐다. ‘마스터플랜’ 내용대로다. 지회는 “‘조합원 명단 공개를 이유로 한 교섭지연→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지연을 통한 교섭지연→교섭대표노조 결정 이후 4~5회 이상의 교섭연기 신청’ 등의 과정을 각 센터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동일하게 반복하며 교섭을 지연했다”며 “2013년 7~8월께 최초 교섭을 요구했는데 그해 10월쯤에서야 첫 교섭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문건대로 표적감사 있었다”

문건에 담겼다는 ‘표적감사’도 이미 논란이 인 바 있다. 지회는 2013년부터 “노조 설립 뒤 감사가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대부분 조합원이 집중적으로 조직된 센터를 중심으로 조합원을 표적으로 한 감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지회는 “그해 업무사항이 아니라 3년 전 완료된 사안까지 모두 끄집어내 조합원 징계사유를 억지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2013년 10월 지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노조설립 뒤 실시된 감사 대상자의 89.5%는 조합원이었다. 조사에는 전체 50여개 센터 25개 센터가 참여했다.

문건 내용인 ‘노조가 시위를 하면 회사쪽에서 반대시위를 기획한다’는 내용도 실제 시행된 적 있다. 지회는 2014년 4~5월 삼성본관과 삼성미술관 리움 등에서 노조활동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했는데, 리움 직원 10여명이 노조를 비판하는 대응시위를 했다.

금속노조는 2013년 10월 이런 사례를 모아 삼성그룹을 부당노동행위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소했다. 서울지방노동청은 2016년 3월 불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지회는 “검찰은 사건이 송치된 뒤 어떤 수사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금속노조가 서울시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나두식 지회장은 “검찰이 확보했다는 6천건의 문건에는 조합원들이 하루하루 삼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지 상세하게 들어 있을 것”이라며 “검찰은 당사자를 불러 철저하게 수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