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는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지난해부터 공동대응을 모색해 왔다. <금융노조>
금융권 양대 노조가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손을 잡는다. 회장 중심 폐쇄적인 지주회사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자 추천 이사나 노동이사가 선임되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9일 금융노조(위원장 허권)와 사무금융노조(위원장 김현정)에 따르면 두 노조는 금융공공성 및 금융민주화를 위한 금융노동자공동투쟁본부(금융공투본) 출범에 합의하고 5월 초 출범식을 한다.

두 노조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금융기관 낙하산 인사가 이어지고 노동이사제 도입 같은 공약이 후퇴할 조짐을 보이자 지난해 연말부터 공동대응을 모색했다. 반대 여론이 팽배한데도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연임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3연임이 이뤄진 것이 공투본 결성 계기가 됐다.

금융노동자들은 왜 뭉칠 수밖에 없었나

금융지주회사 회장이 은행을 비롯한 자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문제가 생긴 경우는 한두 건이 아니다. 최순실 금고지기로 알려진 이상화 전 하나은행(현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장 특혜 승진 뒤에는 청와대가 있었다. 청와대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이씨 승진을 요구했고 김 회장은 이를 이행했다.

KB국민은행은 2013년 2천억원대 주전산기 교체사업을 했는데 장비 성능이 떨어졌다. 임영록 당시 지주 회장이 해당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했다. 국민은행에서는 최근 직원 대상 설문조사와 노조 선거에 회사가 개입한 문제로 노사갈등이 불거졌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는 배후로 윤종규 회장을 지목하고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지주 회장 1인 지배체제인 금융권을 개혁하기 위해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거나, 적어도 노동자가 추천하는 인사를 이사에 임명해 경영진을 견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KB국민은행지부는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노동자 추천 이사 선임을 두 차례 추진했으나 주주총회 문턱을 넘지 못해 좌절했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신용보증기금을 비롯한 국책금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두 노조의 제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20일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금융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라고 금융당국에 권고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튿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해 이사회 구성을 다양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유럽 국가와 비교하면 법체계나 노사문화가 분명히 다르다"며 "노사 문제 전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이 선행되고 나서 (노동이사제) 도입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종규·김정태 회장 셀프연임 사건이 공투본 결성 계기"

금융당국이 노동이사제 도입에 반대하는 사이 금융지주회사 회장들은 속속 연임에 성공했다. 회장이 임명한 사외이사들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추천위가 현직 회장을 신임 후보로 재추천하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셀프 연임' 비판이 일었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윤종규·김정태 회장의 셀프연임을 막지 못해 좌절감이 컸다"며 "이를 계기로 지주회사에 소속된 모든 노조들이 한데 뭉쳐 싸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1금융권 노조를 조직하고 있고, 사무금융노조는 카드사 등 2금융권에 지부를 두고 있다.

금융공투본은 노동이사제에 국한하지 않고 금융정책 전반에서 공동행동을 모색한다. 이를테면 낙하산 인사 근절 방지와 지주회사 구조조정 대응방안을 함께 마련해 정책제안을 한다. 카드수수료 인하와 과당경쟁과 같은 공동이해가 걸린 주제에서는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다. 정치활동을 금지하거나 여성차별을 사실상 묵인하는 내용의 정관 등 전근대적인 관행을 찾아 개선시키는 활동도 한다. 공투본 산하에 업종별 분과를 두고 두 노조 조직이 참여한다.

허권·김현정 위원장이 공동본부장이 되고 성낙조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과 이경 사무금융노조 부위원장이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금융공투본을 이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두 노조는 박근혜 정부가 해고를 쉽게 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 하던 2015년 공투본을 꾸린 적이 있지만 괄목할 만한 투쟁과 공동행동을 추진하지는 못했다"며 "촛불혁명 이후 금융권 개혁과 직장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국민 기대에 맞춘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정책역량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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