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선 변호사(법률사무소 지선)

대전고등법원은 2018년 2월1일 삼성전자 온양공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은 위 사업장에서 근무 중 사망한 이아무개씨 유족이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반도체 생산라인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중 인적사항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고 명하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법원은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를 통해 해당 작업장의 공정 및 어느 지점에서 유해화학물질 등의 유해인자가 검출돼 어느 정도의 위험성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은 망인을 비롯해 해당 작업장의 전·현직 근로자들의 안전 및 보건권의 보장, 나아가 해당 작업장이 위치하고 있는 인근지역 주민들의 생명·신체 건강 등의 가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판단된다”며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가 노동자와 인근 주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공개돼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법원은 “측정위치도는 삼성전자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이 사건 측정위치도가 공개될 경우 삼성전자의 생산방법 등에 관한 기술적 노하우가 유출되거나, 거래업체들 또는 경쟁업체들에 의해 삼성전자의 생산능력에 관한 정보가 이용당함으로써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약화돼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는 정보공개법 9조1항7호에서 정한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특히 “이 사건 보고서에는 라인명과 공정명, 근로자수 등이 기재돼 있을 뿐 공정 간 배열이나, 각 생산라인에 배치한 설비의 기종 및 보유대수, 생산능력, 설비배치, 공정 자동화 정도, 인건비 관련 자료, 각 공정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종류·사용량·구성성분 등에 관한 기재는 별도로 없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춰 보면, 그 정도 정보만으로는 피고가 우려하는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공정 간 배열, 각 라인에 배치한 설비의 기종 및 보유대수, 생산능력, 반도체 후공정 자동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 효과 등의 정보, 제품 생산을 위해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종류·사용량·구성성분 등의 정보 등까지 알려지게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세부 항목을 구체적으로 살피며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시한 것이다.

삼성 직업병 소송에서 삼성·고용노동부·안전보건공단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비롯한 각종 자료의 전부 또는 일부 제출을 거부했다. 법원이 문서제출을 명령해도 마찬가지였다. 위 판결은 삼성전자의 과도한 영업비밀 주장의 결과였다. 영업비밀이라고 할 수 없는 부분까지 영업비밀로 주장해 보호받았기 때문에 마침내 위와 같은 판결이 나온 것이다. 노동부는 판결을 수용하고 상고를 포기했다. 노동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노동자 생명·건강에 필요한 정보는 향후에도 적극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 탕정사업장에서 일하다 퇴직 후 비호지킨림프종이 발병한 김아무개씨는 질병이 탕정사업장 유해물질 노출 때문임을 증명하기 위해 2018년 2월 20일 대전노동청 천안지청에 해당 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보여 달라고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이에 대해 천안지청은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삼성은 국민권익위원회로 달려가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은 직권으로 정보공개 집행정지를 결정했다. 삼성은 행정소송도 했다.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과 화성사업장 보고서에 대해서도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기흥과 화성·탕정 보고서를 신청한 이들은 백혈병·림프종 피해자나 유족과 이들의 산재신청 대리인들이다. "삼성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는 영업기밀 공개"라는 내용의 기사가 쏟아진다.

우리는 언제까지 삼성을 보호해야 하는가.

삼성은 언제까지 보호받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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