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업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가로)

"촛불정부인 문재인 정부에서 곡기를 끊고 노숙투쟁을 하는 이유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입니다."

김주업(50·사진)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이 해직자 복직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나섰다. 고용노동부에서 설립신고증을 받은 지 꼭 일주일 만이다. 지난 9년간 공무원노조를 옭아맨 '법외노조' 족쇄는 벗었지만, 해직자 136명의 원직복직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공무원노조 명예를 회복할 수 없다는 게 노조 입장이다.

2002년 3월 공무원노조 설립 후 공무원 530명이 노조활동을 하다 해직됐다. 노무현 정부가 2004년 8월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을 만들자 이에 반발한 노조는 그해 11월 파업을 했다. 하루씩 이틀씩 연가신청을 했지만 불허되면서 무단결근이 됐고, 해직으로 이어졌다. 이때 해직된 조합원만 429명이다. 해직자 530명 중 일부는 소송 등을 통해 원직복직했지만 136명은 아직 공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어처구니없고 한숨 나오는 세월 14년'을 버틴 해직자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게 공무원노조 첫 번째 과제가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공무원노조가 여섯 번에 걸쳐 정부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하면서 합법화 노력을 한 것도 따지고 보면 해직자 문제를 해결하는 동력을 얻기 위해서였다.

김주업 위원장은 "해직자 복직은 우리가 걸어온 길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받는 것"이라며 "포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임원·간부들과 해직자들은 4개조로 나눠 청와대 인근에서 4월 임시국회 회기 동안 릴레이 단식농성을 한다. 노조는 임시국회에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노동조합 관련 해직공무원 등의 복직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1월24일 발의된 특별법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김 위원장은 정부에 해직자 복직을 위한 '원포인트 특별교섭'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해직자 원직복직에 대한 정부의 '정무적 선언'을 얻어 내겠다는 복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공무원노조 설립신고가 수용되면 해직자를 복직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단식농성 첫날인 지난 5일 오전 청와대 인근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합법지위 무기 삼아 공무원노조법 폐기투쟁"

-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장외투쟁에 나섰다.
"설립신고증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동안 법외노조라는 이유로 사무실 빼라는 식의 요구를 받았는데, 이런 것만 방어될 뿐이다. 법내노조가 됐으니 앞으로 이 신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 법내노조 지위 획득 과정을 보는 노동계 시선은 두 가지인 것 같다. '그동안 정말 고생했다'는 의견과 '조금만 더 기다려 보지' 하는 아쉬움이다. 규약 개정이 아니라 법 개정이 됐어야 한다는 의미 같은데.
"법내노조로 들어오기 위해 여러 차례 규약을 개정했다. 공무원노조는 비밀결사체가 아니라 대중조직이다. 합법적 지위를 받아야 한다는 조직적 합의가 있었다는 뜻이다. 이번 규약개정 전이나 후나 내용적으로는 달라진 게 없다. 대중조직의 요구가 있다 보니 현실적인 접근을 한 것으로 봐 달라. 정세가 나쁘지 않은데 곧 합법화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었지만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2019년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라고 국회 상황이 좋아지겠나. 현실적으로 봤을 때 빨리 법내노조 지위를 획득하는 게 현안을 푸는 데 도움된다고 봤다. 법내노조가 돼 공무원노조법을 준수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합법지위를 무기로 공무원노조법 폐기투쟁에 나설 것이다."

- 국회에 해직공무원 복직 특별법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전망은 어떤가.
"객관적인 상황만 놓고 보면 쉽지 않다. 촛불정권이 들어섰지만 국회에는 청산해야 할 세력들이 여전히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탄핵도 국회 의석수로만 보면 불가능했지만 국민의 탄핵 요구가 끓어올랐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한축에서 단식농성을 비롯한 총력투쟁을 하고, 다른 한축에서는 특별교섭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해직자 원직복직 문제를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실행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사회적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과거 정권에서 눈엣가시로 찍혀 해직됐던 언론노조 MBC본부·철도노조 조합원들이 촛불정권에서 복직되고 있다. 보편타당한 흐름인 듯하다."

- 해직자 복직 외에 주요 교섭의제는.
"공무원노조법에 독소조항이 많다. 정부는 노동 2권(단결권·단체교섭권)을 줬다고 하는데 우리가 보기엔 2권이 아니라 0.7권밖에 안된다. 단순 수치로 따지면 공무원 100만명 중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공무원은 30만명에 불과하다. 공무원 단결권이 0.3권밖에 없다고 보는 이유다. 교섭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노동기본권 확대가 중요하다. 정치기본권 확대도 필요하다. 공무원들은 투표할 권리밖에 없다. 노동기본권·정치기본권 확대가 장기적 과제라면 조합원들의 현실적 요구도 있다. 인사제도나 각종 수당 현실화와 불합리한 행정제도 개선이다. 근속승진 문제가 대표적이다. 근속승진 기간이 너무 길다 보니, 줄 서기나 인사권 전횡 같은 내부 부패가 생긴다. 각종 수당 현실화도 시급한 문제다. 공무원 근무시간은 근로기준법이 아닌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적용받는다. 시간외근무를 해도 근기법에 정해진 가산수당을 받지 못한다. 하루 5시간이든 6시간 이든 시간외근무를 해도 4시간만 근무한 것으로 인정한다. 일한 만큼의 대가는 정당하게 받아야 하지 않겠나. 불합리한 행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다. 이명박 정부 당시 도입된 예산 조기집행 같은 게 대표적이다. 겨울에 쓸 염화칼슘을 봄에 사 놓고, 정작 겨울에는 굳어서 못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말도 안 되는 제도가 많은데 말단 공무원 개개인이 어떻게 바꾸겠나. 조합원들이 가려운 곳을 노조가 긁어 줘야 한다."

"개헌안 진일보했지만 아쉽다"

- 청와대가 공무원 노동 3권을 원칙적으로 보장하는 개헌안을 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공무원에게도 원칙적으로 노동 3권을 인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아쉽다. 그냥 '모든 노동자는 노동 3권을 가진다'고 하면 되지 않나. 경찰이나 군인은 왜 노동 3권을 제약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노동 3권이 보장된 노동자들도 현실에서는 노동 3권을 제한받는다. 공공기관이나 보건의료 노동자들을 보자. 필수유지업무제도 때문에 파업을 해도 파업 효과가 낮다. 현실이 이런데 공무원들에게 노동 3권을 보장한다 한들 파업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나. 아직까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권리가 딱 그 정도 수준이라고 본다. 공무원 노동 3권 보장을 하겠다는 게 정치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냥 듣는 공무원들 기분만 좋고 마는 선언적 의미 말이다. 온전한 노동 3권 보장은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예전에 프랑스 공무원노조 사무총장을 만났다. 노조 설립신고서 반려 문제와 해고자 복직 문제가 현안이라고 했더니 이해를 못하더라. 프랑스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노조를 설립했는데 어떻게 설립신고증을 내주지 않을 수 있냐, 노조활동으로 어떻게 해고될 수 있냐고 되물었다. 프랑스에서는 공무원들이 노조에 가입하는 게 권리가 아니라 의무다. 공무원들이 내부감시자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무를 지키는데 허가를 하고 말고, 처벌을 하고 말고가 있을 수 있나. 우리도 그 의무를 하려고 한다. 공무원이 국민의 봉사자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공무원노조 투쟁을 특권이나 철밥통 지키기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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