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희망퇴직자가 실종 20여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군산공장 폐쇄 방침과 희망퇴직 실시 이후 벌써 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끊으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인천 남동구 남동공단 인근 도로에서 한국지엠 노동자 ㄱ(55)씨가 자신의 차량 뒷좌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ㄱ씨는 지난달 16일 실종신고가 접수된 상태로 20여일간 행방이 묘연했다.

고인은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31년간 생산직으로 일했다. 회사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한 올해 2월 신청서를 냈다. 5월 말 퇴사 예정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발견된 현장에서 타살 흔적과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한국지엠이 희망퇴직을 실시한 뒤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달 7일 부평공장 노동자 이아무개씨, 같은달 24일 군산공장 고아무개씨가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세 사람 모두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한국지엠은 노조와 정부를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조 한국지엠지부에 따르면 카허 카젬 사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현재 상태가 이어지면 협력사들에게 줘야 할 부품대금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며 "유동성 위기로 협력사 부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생산을 멈출 수 있다"고 밝혔다. 협력사 부품대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말은 부도처리를 하겠다는 뜻이다. 노조로부터 임금 양보를 받아 내고 정부에 자금지원을 요구하려는 압박용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달 10일과 26일로 예정된 생산직 임금과 희망퇴직 위로금 지급을 늦추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노조 관계자는 "한국지엠을 부도내기 위해서는 제너럴 모터스(GM)가 차입금을 회수해 가거나 협력업체 상거래 대금을 갚지 않아야 한다"며 "정부에 자금지원을 압박하는 한편 노동자들에게는 부도를 빌미로 임금체불을 강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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