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기자
“의료기관 평가인증 기간이 다가오면 간호사들이 휴일에 사복을 입고 출근해서 풀을 뽑고 창틀을 반짝반짝하게 닦아요. 이런 ‘풀뽑기 평가’를 계속해야 하나요?”

“의료기관 평가단이 병원에 실사를 오는 1주일간 이브닝(저녁) 근무조는 사복을 입고 보호자 행세를 합니다. 완전 눈속임 평가예요.”

“의료기관 평가인증 기간을 앞두고 간호사 육아휴직이 30% 증가해요. 퇴직자도 크게 늘죠. 너무 힘들 거든요.”

올해로 8년째 접어든 의료기관 평가인증을 앞두고 병원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는 (가칭)의료기관평가인증제 혁신TF를 구성해 의료기관 평가인증제를 전면 개편하지 않으면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3주기 의료기관 평가를 보이콧하겠다고 경고했다.

노조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주기 의료기관 평가인증을 전면 유보하고 1~2기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혁신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의료기관의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이끌어 낸다는 목표로 도입된 의료기관 평가인증제도는 1주기(2011~2014년)와 2주기(2015~2018년)를 거쳐 올해 하반기 3주기에 적용할 평가인증을 앞두고 있다. 당초 목표와 달리 ‘보여 주기 식 평가’ 혹은 ‘눈속임 평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2015년 2월 의료기관 인증을 받은 이대목동병원의 경우 감염관리 분야 51개 조사항목 중 50개에서 기준 이상을 충족했거나 관리체계가 구축된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감염관리의 총체적 부실이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으로 낱낱이 드러났다.

나순자 위원장은 “의료기관 평가인증을 앞두고 의료인력들이 풀 뽑고, 창문 닦는 데 동원되며 실제로 있지도 않는 지침들을 새로 만들어 외우기 바쁘다”며 “평가인증제가 오히려 병원 인력난을 가중시켜 의료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 위원장은 “하반기 시행 예정인 3주기 평가인증을 전면 유보하고 완전히 새로운 평가인증제도를 마련해 내년에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노조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병원 현장에서 평가인증을 거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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