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삼성지회·삼성전자서비스지회·삼성웰스토리지회와 서비스연맹 삼성에스원노조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 무노조 경영 폐기”를 요구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면담요청서를 전달하려는 과정에서 경비원과 충돌했다. 최나영 기자
삼성그룹 계열사 4개 노조가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함께 맞선다. 그룹사 노조가 뭉쳐야 개별 노조 문제도 풀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속노조 삼성지회·삼성전자서비스지회·삼성웰스토리지회와 서비스연맹 삼성에스원노조는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4개 노조는 “이번 공동대응은 1~2개월 전부터 준비한 것”이라며 “기자회견 며칠 전 검찰이 ‘삼성그룹 노조 와해 의혹’ 문건을 확보해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라 노조 요구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단협 체결하고 직접고용하라”

4개 노조가 처한 상황은 다르다. 삼성지회 핵심 요구는 노조 인정이다. 삼성지회는 삼성그룹 내 최초 정규직 노조로 알려져 있다. 박원우 삼성지회장은 “지회는 2011년 설립 뒤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 같은 조직적인 노조탄압을 받았다”며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폭로했지만 꼬리 자르기 식 솜방망이 처벌로 마무리됐다”고 비판했다. 박 지회장은 “당시 검찰은 수사 의지가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강력하게 제대로 수사하고 관계자들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며 “문건으로 드러난 어용노조도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권으로 해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웰스토리지회는 회사에 교섭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노사 교섭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회는 지난해 4월 설립했다. 올해 1월10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총 10차례 교섭을 했다. 임원위 삼성웰스토리지회장은 “회사는 경총 대리인단에 과장급 직원 한 명을 더 포함시켜 노조와 교섭하고 있다”며 “해당 간부는 교섭이 끝나면 회사에 물어보겠다고 하는 등 결정 권한이 없는 간부가 나와 교섭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에스원노조는 노조 무력화 중단을 촉구했다. 노조는 지난해 8월 설립한 뒤 조합원들이 회사 관리자에게 폭언을 당하는 등 회사가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박종욱 노조 사무국장은 “회사는 해당 문제 당사자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이라며 “노조 설립 뒤 한마음협의회라는 노사협의회 위상이 강화돼 노조가 위축됐다”고 말했다.

“다음달 공동대응 방침 만들겠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요구는 직접고용이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와 교섭하고 있는 지회는 협상으로 처우를 개선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실질적인 임금 결정권이 원청에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곽형수 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대화에 나서 어떻게 정규직화를 할 것인지 지회와 논의하자는 게 우리의 요구사항”이라며 “노동자들이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이 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며 정규직화는 자회사 방식이 아닌 직접고용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4개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공동투쟁을 확대한다. 이들은 다음달 12일 수련회를 열어 투쟁방침을 정한다.

한편 이날 4개 노조가 기자회견 뒤 이재용 부회장에게 면담요청서를 전달하려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회사 본관에 진입하려는 노조와 이를 막아선 경비원들이 철제 펜스를 놓고 힘겨루기를 했다. 노조는 “경비원도 에스원 노동자다. 같은 노동자끼리 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며 면담 요청서를 읽고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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