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4·3 70주기인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3 희생자들의 모습을 한 시민 403명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4·3 대한민국을 외치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쓰러진 사람들이 일어나 걸었고 온전한 이름을 되찾는 과정을 그렸다. 제주 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가 일반인 참여자를 모집해 진행했다. 정기훈 기자
70년 전 제주에서 수많은 생명이 이유도 모른 채 죽어 갔다. 1947년 3월부터 1954년 9월까지 무력충돌과 국가의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의 10%인 3만여명이 희생당했다. 수십년간 4·3을 기억하는 일은 금기였다. 말하는 것 자체가 불온시됐다.

2000년 김대중 정부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4·3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유족과 생존희생자의 상처·아픔 치유, 배·보상을 포함한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다.

“4·3 드러내는 일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길 여는 과정”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주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추념광장에서 열린 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더 이상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한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4·3의 진실을 기억하고 드러내는 일이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의 길을 열어 가는 과정임을 알게 됐다”며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리고 또한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직도 4·3의 진실을 외면하고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며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국가폭력 진상규명 △희생자 명예회복 △유해 발굴사업 지속 △배·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 입법 필요사항 국회 협의를 약속했다. 문 대통령이 하나씩 약속할 때마다 추념객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유족들 “피해자 입장에서 답 찾아 달라”

추념식에는 여야 5당 대표와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양윤경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국회의원들이 많이 참석했는데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논의하고 여기에 왔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국가 입장이 아닌 피해자 입장에서 그 답을 찾아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제주 말로 ‘속숨허라’는 말은 ‘말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말하면 안 됐기 때문에 모를 수밖에 없었던 우리 현대사의 큰 비극에 대해 누구나 진실을 말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올해 추념식은 ‘슬픔에서 기억으로 기억에서 내일로’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소설 <순이삼촌>으로 제주 4·3을 알린 소설가 현기영씨가 추모글을 낭독했다. 루시드폴이 4·3 추모곡인 '4월의 춤'을, 이은미씨가 '찔레꽃'을 불렀다. 이효리씨는 세 편의 시를 낭독했다.

한편 제주4·3 유족 50명으로 구성된 4·3평화합창단과 제주도립합창단·제주시립합창단은 그동안 제주4·3 추념식에서 금지됐던 ‘잠들지 않는 남도’를 합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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