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기간제교사 절반 이상이 학교 안에서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다수가 임용권을 가진 관리자였다. 고용불안 탓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힘든 기간제교사 처지를 악용한 직장갑질이 교육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국기간제교사노조는 3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간제교사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조는 지난달 15일부터 8일간 기간제교사 112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는데, 40.2%가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14.3%는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성희롱을 '직위를 이용해 성적 언동 등으로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요구 등에 대한 불응으로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성폭력은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로 행해지는 성관계 또는 심각한 수준의 성추행'으로 규정했다.

신체 접촉·커피접대 지시·음담패설을 비롯해 회식 때 술을 따르게 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사립학교 교원채용 과정에서 교장이 여성교사 지원자에게 단둘이 저녁식사를 하자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성희롱·성폭력 주체는 교장 등 관리자가 48.3%였고 부장교사가 25.3%였다. 인사권을 쥔 상사에 의한 피해가 73.6%를 차지한 셈이다. 성희롱·성폭력 피해자의 78.3%는 재계약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거나 주변 시선이 두려워 그냥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노조는 “직장내 위계구조에서 성희롱·성폭력이 발생하는 만큼 기간제교사들이 처한 구조적 차별을 살펴봐야 한다”며 “임용과 재계약 권한을 가지고 있거나 영향을 끼치는 상급자가 하는 성희롱·성폭력에 거부의사를 표시하거나 적극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처지를 악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해법으로 △기간제교사 임용권을 교육감이 회수할 것 △기간제교사 고용불안 문제를 해결해 구조적 차별을 없앨 것 △신고센터(성희롱 고충상담실)를 현실화할 것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 계획을 마련할 것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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