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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도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이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사내하청 불법파견 소장을 제출하면서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한국지엠에서 노사협상이 한창이다. 지엠 자본의 군산공장 폐쇄 발표와 부도 협박으로 시작된 2018년 임금·단체협상에 온 나라가 관심이다. 제너럴 모터스(GM) 자본은 ‘3월 시한’의 데드라인을 설정하고 노조에 대폭적인 양보를 압박해 왔다. 지난달 30일 7차 교섭에서 사측은 “복리후생비 삭감으로 비용절감안을 마련해야 지엠 본사로부터 자금 지원이나 신차 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요구했고, 노조는 ‘수용 불가’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사측은 연차휴가 미사용분에 대한 수당 지급 폐지, 자녀 학자금 지급 3년간 유보 등을 수용하라고 노조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는 사측에 경영정상화 방안(미래 발전전망)부터 밝히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가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회사가 중국자본 더블스타에 매각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하면서 이제는 한국지엠이 문제라고 이 나라는 난리다. 일부 언론은 3월 말 나란히 ‘운명의 날’을 맞았던 한국지엠·금호타이어 두 회사가 노동조합의 상반된 선택으로 전혀 다른 4월을 맞이했다고, 금호타이어는 ‘희망의 4월’이고 한국지엠은 ‘잔인한 4월’이라고 그야말로 자본의 편에 선 선정적인 기사를 써 댔다. 이렇게 뭐가 됐든 이 나라는 온통 한국지엠 노사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2018년 4월 오늘은 분명히 꽃피는 봄인데 아무 관심 없이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공장폐쇄가 발표된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다.

2. 지엠 자본은 지난 2월13일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발표했다. 올해 5월 말까지 군산공장의 차량 생산을 모두 중단하고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이번 조치는 한국에서의 사업 구조를 조정하기 위한, 힘들지만 반드시 필요한 우리 노력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당시 노조는 “적자경영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시키는 조치”라며 사측에 군산공장 폐쇄 결정 철회를 요구하면서 전면 투쟁을 예고했다. 하지만 군산공장 폐쇄 등 지엠 자본의 구조조정 방침은 그대로 추진됐다. 대규모 희망퇴직이 실시됐고, 군산공장은 폐쇄 수순을 밟아 왔다. 그리고 동양테크노를 비롯한 군산공장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업체에서 해고 통지를 받고 자신의 작업장에서 쫓겨나고 있다. 그들은 비정규 노동자의 고용을 주장하면서 한국지엠 인천본사, 정부청사, 지엠 미국 본사 등을 찾아가 지엠 자본에 읍소하고 권력에 호소했지만 아무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군산공장에서 쫓겨나는 것을 막아 주지 않았다. 심지어 군산공장 폐쇄에 반대해 투쟁해 왔던 한국지엠 노조, 즉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도 오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군산공장에서 쫓겨난 것을 노사 교섭의 의제로 삼고 있지는 못하다. 그들은 군산공장 폐쇄 방침에 따라 자신의 작업장에서 쫓겨날 뿐, 아무도 그들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그동안 한국지엠을 둘러싸고 이 나라에서 전개돼 온 논의를 살펴봐도 그렇다. 지엠 사용자는 단 한 차례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에 관해서 말하지 않았다. 군산공장 폐쇄와 함께 정리돼야 할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로 여길 뿐이었다. 희망퇴직 대상자로도 취급해 주지 않았다. 지엠 사용자에게 퇴직위로금 한 푼 없이 자신의 작업장 한국지엠 군산공장에서 쫓겨나야 했다. 지엠 본사는 한국지엠에 빌려준 약 3조원을 출자전환할 테니 한국 정부가 산업은행을 통해 약 1조원을 지원해 주고,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등으로 세금감면 혜택을 달라 하고, 노조에는 복리후생비·임금 등 대폭적인 양보를 요구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한국지엠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3대 원칙, 즉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주주·채권자·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을 요구해서 그동안 이에 관한 지엠 자본과 산업은행 등 한국 정부, 노동조합 사이에 협의 내지 협상이 진행돼 왔던 것인데, 여기서도 공장폐쇄 방침에 따라 해고되는 군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는 없었다. 자본도 권력도, 심지어 노동조합도 오늘 군산공장에서 해고되는 비정규직·사내하청 노동자의 고용에 관해 한국지엠에서 협의하고 그에 따른 회사 경영정상화 방안이 마련돼 추진돼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해서 그것을 주된 교섭의제로 하지 않았다. 카허 카젬 사장이 말한 “한국에서의 사업 구조를 조정하기 위한” 조치에는 당연히 군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정리가 포함돼 있는 것이고, 그가 말한 “힘들지만 반드시 필요한 우리 노력의 첫걸음”의 ‘우리’에는 비정규 노동자는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내세운 ‘모든 이해관계자’에도 이번에 해고되는 군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는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이다. 비록 ‘잔인한 봄’이라고 해도, 고용 보장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는 오늘인데, 군산공장 비정규 노동자에게는 아니다.

3. 그러나 오늘 해고로 쫓겨나는 군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는 한국지엠 근로자로 고용해야 할 사람이다.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등 다른 자동차 완성사처럼 한국지엠의 사내하청 근로는 파견근로다.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자동차 생산공정에 사용해 온 파견근로이니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으로 한국지엠 사용자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 그런데도 오늘 군산공장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는 사내하청업체에서 통지를 받고 해고되고 있다. 사용자인 한국지엠은 사용자로서 자신의 책임을 전혀 지지 않고 있다. 이 나라 파견법은 지엠 자본에겐 그저 무시하면 그만인 법으로 취급되고 있을 뿐이다. 파견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고용권리는 비정규 노동자가 아무리 외쳐도 듣지 않으면 그만인 권리로 취급되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무시돼 쫓겨나는 그들이지만 오늘은 이 나라가 자신들을 위한 법에 기대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서 소장을 제출했다. 이제 고작해야 200명 남짓 남은 군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자신이 쫓겨나고 나서야 지금까지 자신을 사용해 온 사용자 한국지엠을 상대로 불법파견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공장이 폐쇄되지 않고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할 수 있었다면 그들은 오늘 한국지엠 사용자를 상대로 소장을 제출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차례 상담에서 나는 그들 대부분이 그동안 비정규직 노조를 통한 불법파견 투쟁에 적극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들었다. 창원공장 등 다른 공장과는 달리 군산공장에서는 비정규직 노조를 통한 불법파견 소송에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들었다. 그러니 만약 그들이 오늘 해고되지 않았으면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로 일했을지 모른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그랬다면 사용자 한국지엠은 파견법을 무시하고 그들을 그대로 사용했을 텐데 자신이 결정한 군산공장 폐쇄가 소송을 불렀다. “원고 아무개 등이 피고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 아무개 등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 원고들에게 얼마를 지급하라”는 소장의 청구취지는 파견법상 노동자권리로 보자면 너무도 당연한 것인데 공장폐쇄로 쫓겨나고서야 비정규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로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4. 이렇게 오늘 이 나라에 한국지엠이라는 노조가 있고, 불법파견 판결이 나왔던 사업장에서조차도 비정규직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은 것일 게다. 법이 보장한 권리조차도 주장 못하는 노동자를 두고서 대한민국이 기본권으로 근로의 권리를 보장하고 파견법·근로기준법 등에서 노동자권리를 규정하고 있다고 내세워 봐야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법을 무시한 사용자 자본의 세상이 계속되고 있을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촛불대선에서 대기업의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에 대해 “대기업의 불법파견을 근절하고 불법파견이나 위장도급 판정시 즉시 직접고용(고용의제)을 제도화하겠다”고 공약했다(나라를 나라답게, 19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79면). 법원은 이미 한국지엠 사내하청근로는 파견근로라고 판결한 바 있다. 군산공장 사내하청공정이 창원공장과 부평공장의 그것과 다르지 않고, 이미 이에 관해서는 하급심법원의 판결도 있다. 그렇다면 공약대로면 한국지엠의 불법파견을 근절하면 되는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오늘 군산공장 사내하청업체에서 노동자들이 해고되는 일도, 그들이 한국지엠 사용자를 상대로 근로자지위 소송을 제기하는 일도 없었다. 이 나라에서 권력은 노동자권리에 관한 법을 법대로 집행해 오지 않았다. 특히 고용노동부·검찰 등은 사용자 자본을 위한 것으로 노동법을 해석·집행해 왔고, 그로 인해 많은 비판이 있었다.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아 온 비정규 노동자만이 사용자로부터 권리가 보장된다면 노동부 등 일선 노동행정기관의 존재 이유는 없다. 적어도 이 나라에서 자동차 생산공정에서 사내하청근로가 파견근로라는 것은 법원의 판결로 확인된 상태이다. 그렇다면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파견법 등의 고용권리가 보장되도록 해서 자신의 작업장에서 쫓겨나는 일은 막아 줘야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에서도, 그리고 한국지엠에서도 불법파견은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사내하청 노동자가 불법파견으로 사용되는 파견근로자로서 파견법상 노동자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인 사람이라면 법대로 불법파견은 근절돼야 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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