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의 채용비리가 애초 알려진 것보다 광범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함영주 하나은행장과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채용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개입한 정황과 국회·청와대 관계자의 인사청탁으로 추정된다.

금감원은 2일 "하나은행 특별검사 결과 2013년 채용 과정에서 32건의 비리 의혹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추천에 의한 특혜채용이 16건, 남녀 차별 2건, 특정대학 졸업자 채용을 위한 점수조작이 14건이었다.

금감원은 최흥식 전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당시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온 뒤 사퇴하자 특별검사단을 꾸렸다. 검사 결과 '최흥식 부사장 추천'으로 표기된 지원자는 서류전형 점수(418점)가 합격기준에 1점 미달했는데도 서류전형을 통과한 뒤 최종 합격했다.

김정태 회장이 추천한 것으로 의심받는 응시자는 서류전형부터 '최종합격'으로 분류됐다. 서류전형·실무면접 점수가 합격기준에 미달하고 합숙면접에서는 태도불량으로 0점 처리됐는데도 합격했다. 함영주 행장이 관여한 채용비리 당사자는 지자체장 비서실장 자녀였다.

청탁자가 '국회정무실'로 표시된 한 응시자는 실무면접에서 합격기준에 미달했는데 합격했고, '청와대 감사관 조카'로 청탁된 응시자는 서류전형 점수가 미달했음에도 전형을 통과한 뒤 임원면접에서 점수 조작 끝에 합격했다. 각각 하나금융지주 홍보실과 하나은행 부행장이 추천했다.

남녀 차별 채용을 계획적으로 추진한 사실도 드러났다. 남녀 채용비율을 4대 1로 사전에 정해 서류전형부터 추진했다. 여성 커트라인은 남성보다 월등히 높았고 실제 채용비율은 5.5대 1이었다. 임원면접 때 합격권 여성 2명을 탈락시키고 탈락 대상이던 남성 2명의 순위를 높여 합격시켰다.

최성일 금감원 부원장보는 "채용비리 정황이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소지가 있는 증거자료를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로 제공했다"며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수사 결과 위법이 확인되면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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