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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김광식, 금호타이어 조삼수
▲ 인더스트리올 컨설턴트

대표자라는 말이 있고, 지도자라는 말이 있다. 대표의 대를 '큰 대(大)'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는데, 실은 '대신할 대(代)'다. 대표자란 자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를 뽑아 주고 앞장세운 사람들을 대신하는 사람이다.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은 노조 대표자 자격이 없다. 대의원대회의 '대'를 '大'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지도는 무슨 뜻인가. 방향을 가리키고 이끈다는 말이다. 조합원들도 오욕칠정을 가진 인간인지라 잘못할 때가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조합원들이 주장한 '기회의 평등 Yes, 결과의 평등 No'가 떠오른다. 자기 단위 조직은 집회조차 꾸리기 힘든데, 상급단체에는 총파업을 요구하는 풍토도 마찬가지다. 조합원들의 요구가 노동조합운동 원칙과 충돌하거나 노동조합운동의 미래를 훼손한다고 판단될 때 대표자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앞장서 조직이 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고 조직원을 그쪽으로 이끌어야 한다. 대표자가 지도자가 되는 순간이다.

올바른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외롭고 힘든 일이다. 모두가 아니라 할 때 홀로 "예" 할 수 있어야 하고, 모두가 "예" 할 때 홀로 "아니다"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지도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지혜가 필요하고, 오랜 단련의 시간이 요구된다. 대중으로부터 인기를 누리는 명망가와 역사로부터 인정받는 지도자는 다른 존재다. 과거 희생과 헌신을 근거로 대중이 가지는 현재의 부채의식에 안주하는 운동 풍토에서는 대중으로부터 '신비화'된 인기 있는 명망가는 늘어날지 모르나, 대중과 살아 숨쉬면서 시대와 역사가 요구하는 미래로 나아갈 능력과 지혜를 겸비한 운동가를 얻기는 힘들다.

글을 쓰는 지금,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한 '노사특별합의서'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인 금호타이어 단위노조 지도부는 조합원들에게 일어날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미래 전망이 대단히 불투명한 법정관리보다 고육지책으로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불가피함을 선택했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체계적인 역할과 조직적인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산업은행-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청와대'가 펼친 공세를 단위노조 홀로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상급 조직들의 역할과 지원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해도, 매각이나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 대응 투쟁은 대단히 힘든 게 솔직한 현실이다. 정파 조직들이 "국내공장 유지는 부결밖에 없다!" "회사도 팔아먹고 자구안 조공까지 바치라고? 차라리 죽여라!" 같은 선동물을 뿌렸다는 기사도 보인다.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투쟁을 바라보면서 현대자동차노조 김광식 위원장을 떠올리게 된다. 그는 20여년 전에 벌어진 정리해고 반대투쟁에서 정부 중재를 거쳐 잠정으로 노사합의를 했다. "식당 여성 조합원들을 상대로 한 270명이 넘는 정리해고, 1천200여명을 상대로 한 18개월 무급휴직, 노사화합 및 무분규 선언" 등이 잠정합의문에 담겼다.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63.6%의 반대로 부결됐다. 김광식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진행돼 62.2%가 불신임에 찬성했다.

"제가 정리해고 최소화 문제를 접근하게 된 단 한 가지 이유는 바로 공권력에 의한 대량 살상을 막고, 수백 건에 이르는 고소·고발이 불러올 가정 생계 문제를 막고, 노동조합 파괴를 막기 위한 결단이었습니다"라고 김광식 위원장은 변명했다.

당시 어느 정파원은 "이번 투쟁은 정리해고 분쇄와 생존권 사수라는 조합원들의 분노를 전혀 조직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집행부가 보여준 최악의 상황이었다. 또한 이러한 무능력하고 기만적인 김광식 위원장은 (…) 상층부 운동가들의 기회주의적인 모습으로 인해 투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못하면서 내용적으로 전국성을 띤 현자의 정리해고 분쇄투쟁이 단위사업장 투쟁으로 매몰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어느 정파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던 조합원 동력을 봤다면 싸워서 깨지더라도 '이긴' 싸움이었다. 공권력에 맞서 장렬하게 투쟁했더라면 (…) 자본과 정권이 타 사업장에서 일방적으로 정리해고 칼날을 휘두르지는 못할 것이다"고 비판했다. 다른 정파는 "지도부는 대중의 자발적이고 창조적인 투쟁의지를 강화하는 방향에서가 아니라 이미 형성된 동력을 소진하고 갉아먹는 형태로 투쟁을 이끌어 갔다"고 주장했다. "외세의 노조 말살 음모 (…) 전 민중적인 투쟁전선으로 확전"을 운운한 정파도 있었다.

당시 필자는 "노동조합 파괴를 막기 위한 결단"이라는 정세 판단에 동의했다. 김광식 위원장은 조합원들로부터 모욕스러운 대접을 받았으나, 그가 한신처럼 '시정잡배' 바짓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감수한 덕에 "공권력에 의한 대량 살상, 수백 건에 이르는 고소·고발에 따른 가정 파괴, 노동조합 현장 동력 파괴"를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핵심 현장활동가들로 이뤄진 무급휴직자들이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현장에 복귀해 침체된 현장 분위기를 되살려 현대자동차 단위노조를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주력부대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으나, 상급단체 지도부가 불참한 가운데 이뤄진 잠정합의식에서 조삼수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대표지회장은 무엇을 느꼈을까. "노동조합 파괴를 막기 위한 결단"을 고민하지 않았을까. "한 치의 물러섬 없는 투쟁"을 거쳐 노동조합이 파괴된 폐허의 현장을 피하고 싶지 않았을까. 지회장과 집행부의 고독한 결단을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이 함께 나눠 책임지는 모습을 사진에서 봤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구조조정 투쟁의 원칙은 현장 노동조합을 살리는 데 있다. 현장 단위노조가 살아야 조합원을 살릴 수 있다. '절치부심'과 '와신상담'도 근거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20여년 구조조정 투쟁을 돌아보며 갖는 소회다.

인더스트리올 컨설턴트 (industriallyoon@gmail.com)

윤효원  industrially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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