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병욱 변호사(법무법인 송경)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9일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개정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런데 전부개정안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여전히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 비슷하거나 미비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과연 이 개정안을 ‘전부’개정안으로 불러야 할지 의문이다. 그냥 ‘일부’개정안 정도로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달 15일 서울 NPO센터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제대로 바꾸자'는 주제로 열린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노동·시민·사회 공동토론회는 고무적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부족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제와 토론 모두 노동부가 새겨들어야 하는 중요한 내용이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미흡한 점을 다시금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법의 보호범위가 제한적이다. ‘안전’과 ‘보건’은 우리 생활을 비롯해 일하는 때가 언제든, 일하는 곳이 어디든 간에 주의하고 신경 써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특수형태 노동자 중 일부 노동자에 한정한 산업재해 예방이나 배달중개업 이륜차 배달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한 안전보건조치의무 조항은 특정한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하는 사람’ 전부를 대상으로 한 조항이라 보기 어렵다.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에 한정한 원청 책임 인정, 도금·수은·납을 비롯한 12개 물질에 한정한 도급금지 규정 역시 과연 산업재해의 근본적 문제점인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러한 규정 형식은 법체계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원칙을 강조하기보다는 예외를 강조해 오히려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우려도 있다.

둘째, ‘과로’나 ‘스트레스’에 관한 규정이 없다. 이전부터 만연했지만 최근에서야 관심을 가지게 된 ‘과로’ 문제 내지 ‘정신건강(스트레스)’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산업안전과 보건은 적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눈에 드러나는 사고뿐만 아니라 눈에 드러나지 않는 감정이나 정신에 대한 보호도 필요하다.

직장갑질 119에 노동자들의 문의가 폭주하고 있는 현실이나 과로사에 대한 높아진 관심 등은 모두 정신이나 감정적으로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 하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5월12일 산업안전보건법 4조에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뇌혈관질병·심장질병 또는 신경정신계질병으로 인한 근로자의 사망·질병 또는 장애’를 ‘과로사 등’이라고 정의하고, 산업안전보건법 24조에 사업주의 보건조치 의무사항으로 ‘업무상 사유에 따른 뇌혈관질병·심장질병 또는 신경정신계질병에 의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런데 노동부 개정안에는 이 의원 개정안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적어도 '전부'개정안이라면 국회에 발의돼 있는 이 의원 개정안을 반영해야 한다.

노동부는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고사망자를 절반 수준으로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가 지적하는 문제점을 보완하지 않고서는 목표 달성이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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