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지난해 5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사흘 만에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다. 두 달 만인 같은해 7월20일 첫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큰 기대와 함께 시작된 정책이지만 실행 8개월여 동안 취지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비정규 노동자 고용안정을 위한다는 정책이 외려 고용불안을 일으키기도 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안 하는 편이 낫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이와 관련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공공기관을 서민의 벗으로 3기 의정포럼과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가 열렸다. 이학영·박광온·김병관·송옥주·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관했다.

◇“자율추진 원칙이 정책후퇴 근거로 작용”=이날 발제를 맡은 박준형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은 “공공부문부터 상시·지속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은 큰 의미가 있었지만 실행 과정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정책 취지가 크게 훼손되는 과정이 전개됐다”며 “이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시간이 많지 않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1단계 전환기관으로 정한 중앙행정기관·자치단체·교육기관·공공기관·지방공기업 등 850여개 기관의 기간제 노동자 정규직 전환은 거의 마무리됐다. 현재 1단계 기관 파견·용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논의가 진행 중이다. 동시에 2단계 전환기관인 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과 공공기관·지방공기업 자회사 600여곳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올해 5월께 발표된다. 3단계 민간위탁기관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 실태조사를 거친다. 2단계 가이드라인에는 1단계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를 보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1단계 정규직화 진행 과정에서 △전환 지연 △전환 논의기구에 노동자 배제 △광범위한 전환 제외 △무기계약직 전환 다수 △자회사 전환 남발 △전환 제외자에 대한 고용안정대책 부실 같은 문제가 적지 않았다.

박준형 국장은 “기관별 자율적 추진 원칙이 지침 내용보다 후퇴한 전환을 합리화하는 근거가 됐다”며 “노동계와 협의해 정부 차원의 집중관리 대상을 선정해 특단의 점검의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박 국장은 “자회사나 무기계약직 방식으로의 전환이 민간부문 사용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다”며 “민간부문에 좋은 일자리 전환을 촉진하려면 정책 추진방향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자회사 전환은 정규직화 아니다"=대다수 공공기관 사용자가 선호하는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도 도마에 올랐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자회사 정규직 전환 방식은 고용안정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자회사 역시 간접고용 비정규직 범주에 불과해 정규직 전환으로 볼 수 없다”며 “고용기관과 사용기관 불일치로 인해 사용기관의 책임·의무 회피 가능성이 상존하고 고용 불안정성이 내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자회사 방식은 관리비 절감효과가 없고 별도 거래비용을 추가한다는 점에서 직접고용 방식보다 비효율적이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현재 노동조건을 크게 개선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상황에서 자회사 방식은 별도 임금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에 불과하다”며 “자회사 전환은 정규직화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은 비정규직 처우개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공부문의 왜곡된 고용구조를 되돌리는 것이어야 한다"며 "공공부문 고용정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장기 전망과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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