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동경제학회와 한국노동법학회·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외환위기 이후 20년, 노동의 현실과 평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김미영 기자>
1998년 외환위기가 대한민국을 휩쓸고 지나간 지 스무 해가 지났다. 노동을 둘러싼 지형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외환위기 이후 20년간 노사관계를 조명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달 30일 오후 한국노동경제학회와 한국노동법학회·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환위기 이후 20년, 노동의 현실과 평가’ 정책토론회가 그것이다.

집단적 노사관계 후퇴, 노동시장 양극화

외환위기 이후 핵심 키워드는 '비정규 노동'이다. 98년 이후 구조조정이 상시화하고, 비정규 노동이 일반화하면서 개별기업 차원의 노조운동이 한계에 부딪혔다. 산별노조가 해법으로 떠올랐지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는 "기업별노조와 기업별교섭 관성을 타파하지 못하면서 산별교섭 형식과 내용상의 괴리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집단적 노사분규는 줄었지만 개별적 노사분쟁은 증가했다. 이 교수는 “부당노동행위·부당해고 구제신청 중 처리건수 추이를 보면 2000년 6천800여건에서 2015년 1만2천여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외국 자유시장경제 국가처럼 한국 노사관계가 개별화된 고용권 보호로 가면서 기존 단체교섭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고착화하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핵심 사회갈등으로 등장했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 교수는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이 1차 노동시장으로, 영세·중소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이 2차 노동시장으로 구분되고 둘 사이에 커다란 칸막이가 있어 서로 이동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이중구조가 지속됨에 따라 노동자 사이에 임금을 비롯한 근로조건 불평등이 고착화되고 재생산됐다”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지형은?

고용구조의 급속한 변화를 불러온 98년 이후 체제에 대한 평가는 비슷했지만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한 견해는 달랐다. 전윤구 경기대 교수(법학)는 “현재의 노동법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보다 다양해진 고용형태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노동법은 노동인권을 핵심 내용으로 삼아 그것을 강행적으로 유지·발전시키되, 그 밖의 근로기준에 대해서는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법 보호대상을 자유노동·유사노동자를 포함하도록 획기적으로 넓히되, 핵심 근로조건을 제외한 나머지 규범은 강행성을 완화해 집단적 자치 영역에 맡기자는 주장이다.

반면 이주희 교수는 국제노동기구(ILO) 4대 핵심협약 비준으로 노동기본권을 대폭 강화하고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산별교섭 주요 합의에 대한 효력 확장제도를 만들고 산업별 임금현황과 모든 산별 단체협약 내용을 국가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전 국민에게 공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 노동자를 포괄할 수 있는 초기업적 노사관계를 튼튼하게 구성하자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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