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호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 실장

미루어 짐작하던 일 가운데, 예컨대 좋지 않은 추측이 사실로 드러났을 때 가지게 되는 감정은 무엇일까. 최근 보도를 통해 우리는 노래 가사와 같이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4년 전 그날 아침 그 배 안의 아이가 “엄마, 이 말을 못할 거 같아서…. 사랑해요”라고 마지막 문자를 보냈던 오전 9시27분, 그는 침실에 있었다. 전화도 받지 않고 비서관이 침실 앞에서 ‘잠자는 여왕’을 여러 차례 부른 뒤에야 비로소 문을 열고 나온 그때, 골든타임은 지나고 배는 완전히 침몰했다.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그는 다시 침실로 들어가 최순실을 만났다. 지금까지 그와 그의 수하들은 이 사실을 감추려 온갖 거짓말을 해 댔다.

이 소식을 접한 세월호 유가족의 허탈감과 분노는 차마 헤아리기 어렵다. 새삼스럽지만 지난 시간 대한민국은 있지만, 정부는 없었고 국민은 있지만 대통령은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에 대해 당시 집권여당이던 자유한국당 대변인이라는 자는 “박 전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불쌍하다”며 “세월호 7시간을 원망하며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은 석고대죄 해야 한다”고 말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야만의 시대를 지나고 있지만 과거에 빌붙어 남은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이 있음을 새삼 확인한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사례는 또 있다. 지난 청와대는 비선기구를 운영하며 쉬운 해고를 도입하기 위해 보수단체를 동원했고, 이 과정에서 고용보험기금 등 예산을 무단으로 가져다 썼다.

이들이 작성한 문서는 매일 삭제됐고 문서 파일의 경우 개인 컴퓨터에 보관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런 내용의 ‘비상상황 대응계획’도 마련했다고 한다. 그들에게 비상상황이란 음지에서 하는 일이 양지에 알려졌을 경우를 말한다.

청와대의 지시를 잘 따른 보수단체에는 상이 내려졌다. 대표적인 수혜자는 자유한국당 신보라씨다. 그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피켓을 들고 한국노총 등 노동단체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청년 몫으로 국회 배지를 달았다.

국회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그가 임기 중 청년에 관한 법률을 발의한 것은 2016년 두 건에 불과하다. 오히려 그의 활약은 노동 분야에서 빛을 발한다.

지난해 11월 건설노동자들이 마포대교를 점거했다.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여당과 야 3당 간사들이 이견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오직' 신보라씨 반대로 10년째 4천200원에 묶여 있는 퇴직공제부금을 800원 올려 달라는 건설노동자들의 바람은 수포로 돌아갔고, 여기에 대한 분노가 그들을 다리 위로 떠민 것이다.

신씨는 이 밖에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히고,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위반하면 형사처벌하라는 식으로 시종일관 노동문제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가 전직 대표로 있던 ‘청년이 여는 미래’라는 단체가 지난해 보드게임을 통해 다문화 탈북 청소년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겠다며 2천500만원의 사업비를 받아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구차한 얘기는 하기도 싫다.)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서 미루어 짐작한 일이 사실로 드러났을 때 가지게 되는 감정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허탈감일까, 아니면 갑절의 분노일까. 혹시 보수언론이나 보수야당의 기대처럼 피로감은 아닐는지.

어떠한 감정을 느끼든 분명한 것은 다시는 야만의 시대로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노동존중 사회로 나아가는 길에는 오직 편도 승차권(one way ticket)만 있다. 돌아올 여비가 있다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사회를 위해 ‘올인’하자. 그때로 되돌아가는 상상은 군대 가는 꿈보다 악몽이다.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 실장 (labo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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