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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이 묻는다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전태일이 묻는다. 촛불은 전진하고 있는가?” 언제부터인가 노총 곳곳에 촛불을 높이 든 전태일 열사를 배경으로 하는 벽걸이 수건이 눈에 띈다.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글귀가 아닌가. 정말이지 우리가 ‘촛불정신’ 그 꽃을 제대로 피우고 있는 것인가.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웠던 노동자와 시민들이 겨우내 소리 높여 외쳤던 희망·소망이 이뤄지고 있는가. 선뜻 답할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노동자들의 희망과 소망과는 정반대의 준동도 만만치 않다. 지난 22일 자유한국당은 혁신위원회 이름으로 10대 혁신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노동정책은 뜨악할 정도였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하고 사회안전망을 재구축한다”며 개별 정책으로 비정규직 2년 고용연한 폐지, 저성과자 해고 허용을 집어넣었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방향과 내용이지 않는가. 지난 자신들의 정권 붕괴의 핵심 원인이 된 정책들을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반복하다니. 돌이켜보면 저성과자 해고를 사용자가 자유롭게 도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행정해석으로 허용하겠다는 이른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해석요건 변경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데서 정권 붕괴는 시작됐다. 2016년 뜨거운 여름 내내 공공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노동개악 정책에 맞서 치열한 투쟁을 하지 않았나. 노동자들을 무시한 정권은 결국 촛불혁명 앞에 무너지지 않았던가.

최근에는 정부의 저성과자 해고 정책을 맹목적으로 쫓아간 공공부문 사용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고용노동부의 처분도 있다. 3월 초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은 산업은행에서 노동조합의 의견조차 묻지 않고 도입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근로기준법 94조1항 위반이라며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노동부로서는 지난날 잘못된 정책 집행을 반성하는 것이 우선이고 도리이겠지만, 스스로 처벌의사를 밝힌 것만으로도 불법임을 분명히 인정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비정규 노동자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칼을 들이댄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 이들을 기한 없이 기간제 노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노동유연성 확대라는 허울을 씌웠다. 노동을 버린 대가로 정권마저 잃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터인데 도대체 누가 이러한 발상을 한 것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 아니 아직 깨닫지 못한 것 같다.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임금 등 노동조건을 더욱더 보호해야 한다는 시대의 흐름에도 역행한다.

혁신안에는 무엇보다 노동기본권에 대한 존중을 찾아볼 수 없다.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더욱 제한하겠다는 내용을 자신 있게 담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이러한 기조는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한 정권이지 않은가. 28일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조사 결과에서도 지난 정권의 노동정책 폐악이 드러났다. 아예 노동부 내에 비선조직을 만들어 노동운동을 탄압했다고 한다. 국정원과 검찰은 정부의 수하였다는 발표였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하고 되묻게 된다. 작은 금액이지만 소중하기 그지없는, 한국노총 노동교육상담소 예산도 노동개악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지급을 중단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따지고 보니 이 모두가 범죄행위다.

자유한국당의 ‘개혁안’은 다른 부분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노동부문은 개혁안이 아니라 ‘개악안’이다. 안타까운 것은 개악안에서 그들의 인식을 봤기 때문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음에도 그들은 여전히 노동과 노동자를 무시하거나 우리 사회 주체가 아닌 그저 부수적인 요소로 보고 있다.

앞으로 국회에서 헌법 개정안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예상된다. 노동 개악안을 버젓이 내놓는 이들과 합의는 고사하고 토론이라도 순조롭게 진행될지 큰 걱정이다. 촛불혁명 과정에서 노동자와 시민들은 정의로운 사회와 공정한 분배를 요구했다. 우리 사회에서 자신들이 받아야 할 정당한 몫을 주장했다. 바로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를 원했다. 이러한 혁명의 정신이 헌법에 100% 반영돼야 한다. 동서고금의 많은 혁명에서 혁명의 완성은 결국 기본법(헌법)으로 정리되곤 했다.

우리는 미완과 완성의 갈림길에 서 있다. “촛불은 전진하고 있는가”라는 전태일 열사의 물음에 필자가 이해하는 수준은 이렇다. “촛불을 든 노동자와 시민들의 희망과 소망을 헌법에 담아 규범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는 답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삶이 팍팍하고 바쁘겠지만, 노동기본권이 확실히 보장된 헌법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할 일이 더 많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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