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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이 흘렀지만 노동자 고통은 줄어들지 않았다김형렬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김형렬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년 전 한 노동자가 자살했다. 더 이상 어떠한 돌파구도 찾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어떤 상황이었을까. 한광호 그리고 유성기업. 10년 가까운 노동쟁의 사업장, 구조적 폭력과 스트레스에 의한 자살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사건.

2009년 20대 젊은 노동자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고, 죽음을 부르는 야간·심야노동을 줄여야 한다고 유성기업 노조는 하루에 8시간씩 2개의 시간대만 일하는 주간연속 2교대를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회사와 합의해 2011년부터 이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그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다. 노조는 2011년 5월 심야노동 철폐와 주간연속 2교대제를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회사가 동원한 용역에 의해 파업한 노동자들은 집단폭행을 당했고, 파업은 장기화했다. 먼저 복귀하는 노동자가 생겼고, 이들은 회사 입장에 서서 파업하는 노동자를 향해 쇠파이프를 들어야 했다. 실제 동료들끼리 폭력이 발생했다. 석 달 뒤 회사로 복귀한 한광호씨는 두 차례 징계와 다섯 차례 고소·고발을 당했다. 그는 더 이상 직장에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통화를 남겼다.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에게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과 압류가 이어졌다. 잔업이 줄거나 조그만 잘못에도 고소·고발이 이뤄졌다. 회사쪽에 서서 자신들을 비난하고 친기업노조를 만들어 금속노조 탈퇴와 기업노조 가입을 유도한 동료들에 대한 배신감에 분노가 치밀었다.

친기업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들의 피해도 상당했다. 노조를 탈퇴하고 친기업노조에 가입하라는 압박이 있었고, 어제까지 친하게 지내던 동료들과 얼굴도 마주치지 못하고 지냈다. 처음엔 동료들이 자신에게 가졌을 배신감에 미안한 감정이 있었다. 하지만 심한 욕설을 듣거나 서로 폭력이 오가고 난 뒤에는 자신을 배신자로 생각하는 동료들을 향한 미움과 분노가 생겨났다.

노조 파업 유도와 폭력 진압, 손배소, 노노갈등 유도, 노조 무력화라는 노조파괴 공식이 작동했다. 창조컨설팅이 이를 주도했다. 회사는 이 노무법인에 노조파괴 컨설팅을 맡겼고, 치밀한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의해 불법적인 노조파괴가 자행됐다. 이런 사실이 법원에서 인정돼 회사 대표는 1년2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러한 고통은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동료의 자살은 충격으로 남아 현재 삶을 지배하고 있다. 줄어든 임금으로 인해 늘어난 빚, 이로 인한 채권추심, 가족 사망, 중대질병 발생, 가족 중대질병 발생, 이혼, 자녀의 진학 포기 등 지난 8년간 노동자들은 심각한 삶의 변화를 경험해야만 했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폭력이 가족에게 이어져 가족 해체가 발생하기도 했다. 매일 죽음을 생각하고, 분노가 끊이지 않고, 그때 기억이 현재 삶을 지배하고 있다.

노동자들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지금의 상황. 도대체 이 문제는 누가 만들어 냈는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모두가 바라는 것은 2011년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모든 노동자들이 형님 동생 하며 정상적으로 같이 일하는 것이다. 깊어진 상처와 분노가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서로에게 더 이상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고소·고발은 서로를 힘들게 한다.

이러한 고통과 문제는 회사의 불법적인 노조파괴 행위에서 비롯했다. 문제는 경영자들이 저질러 놓고, 고통은 노동자들이 짊어지고 있다. 정작 문제를 일으킨 회사의 경영진은 별 의지가 없어 보인다.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로 인정한 사건을 회사가 불복해 행정소송을 하고 있다.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문제를 꼬이게 만들고 있다. 지금이라도 2011년 이전의 노사관계로 돌아가야 한다. 이런 문제를 일으킨 경영진의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이 있어야 한다. 이를 중재할 시민단체·지방자치단체·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도 필요하다.

8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노동자들의 고통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형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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