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8월13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야당과 노동계는 노사정위를 통한 노동시장 개혁에 적극 동참하라’ 기자회견에서 신보라 당시 ‘청년이여는미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신보라 의원 블로그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홍보하기 위해 야당을 비판하고 노동단체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보수청년단체들을 활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에 입성하기 전 대표로 재직했던 단체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BH회의 "노동계 압박에 보수청년단체 동원하라"

28일 고용노동부 장관 자문기구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청와대 노동시장개혁TF회의(BH회의)가 특정 정당 지지 또는 반대 목적으로 보수청년단체 시위 등을 기획·조직·지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소속 공무원이 BH회의에 참석해 청년단체 동향을 보고하면, 김현숙 당시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청년단체 동원과 관련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청년단체 관련 지시사항은 청년위원회 소속 공무원이나 수석보좌관이 전달·집행했다.

이렇게 동원된 청년단체는 신보라 의원이 대표로 있던 청년이여는미래를 포함해 한국대학생포럼·청년이만드는세상·청년지식인포럼 StoryK·바른사회시민회의·청년대학생연합 등이다.

보수청년단체들은 '야당 비판·노동계 압박'이라는 청와대 지시를 충실히 따랐다. 2015년 8월13일 보수청년단체가 국회 정론관에서 "야당과 노동계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통한 노동시장 개혁에 적극 동참하라"는 주제로 야당과 양대 노총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야당이 노동시장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고, 양대 노총이 기득권 사수에 여념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대한 언론 보도와 반응이 시큰둥하자 다음날 BH회의에서는 "청년단체 기자회견 온라인 반응 미미→국민관심 제고 강화 위한 다양한 행사·이벤트 필요"라며 '분위기 띄우기'를 지시했다.

청와대 지시 사흘 뒤인 같은해 8월17일 이인제 당시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과 보수청년단체 대표들이 간담회를 열었다. 주제는 역시 노동시장 개혁이었다. 간담회는 일간지에 대서특필됐다.

보수청년단체들은 피켓시위 및 퍼포먼스(8월31일), 임금피크제 성명서 낭독 및 퍼포먼스(9월7일), 노동개혁 길거리 토론회(9월10일), 한국노총 비판 기자회견 및 퍼포먼스(9월11일), 노동개혁 세미나(9월15일), 민주노총 노동개혁 동참 퍼포먼스(9월24일), 노동개혁 촉구 집회 및 퍼포먼스(10월28일), 노동개혁을 바라는 청년선언 기자회견 및 당 원내대표 면담(11월16일), 청년일자리 속사정 풀그라운드(11월18일)를 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보수청년단체들, 대가 받고 동원됐나?

이들 단체들이 청와대에서 대가를 받고 동원됐는지 여부는 개혁위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개혁위 조사위원인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보수청년단체들이 청와대 지시를 받고 움직인 것은 확인됐지만 청와대로부터 금품지원을 받았는지까지는 조사하지 못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박근혜 정부 '화이트리스트'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특정 보수단체를 지원했다는 화이트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청년이여는미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보수청년단체들이 한국노총에 쳐들어와 시위를 하고, 김동만 당시 위원장이 국회 앞 1인 시위를 하는 앞에서 맞불 시위를 했다"며 "보수청년단체 대표를 맡았던 당사자는 이후 노사정위원회에 청년대표로 발탁돼 노동개악을 압박하는 역할을 했고, 결국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고 비판했다.

한편 신보라 의원실 관계자는 개혁위 발표 결과에 대해 "아직 확인을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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