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가 26일부터 1박2일간 강원도 원주 한솔오크밸리에서 전체 상임간부 워크숍을 열어 중점 추진사업을 점검했다. <제정남 기자>

2016년 다수 금융산업 사용자들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성과연봉제를 노조 동의 없이 도입하기 위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탈퇴했다. 노사가 진행 중이던 임금·단체협상은 중단됐다. 지난해 사용자들이 협의회에 복귀하면서 산별중앙교섭은 복원됐지만 임금협약만 체결하고 단체협약은 개정하지 못했다. 올해 금융 노사는 단협 개정을 위한 교섭을 한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개편해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노사정위에 업종별협의회가 설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부문 협의회 설치도 유력하다.

금융노조(위원장 허권)는 4년 만의 단협 개정 교섭과 사회적 대화에 속도를 내는 문재인 정부를 마주하면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노조가 26일 강원도 원주 한솔오크밸리에서 열린 전체 상임간부 워크숍에서 그 일면을 공개했다.

금융노조 1박2일 상임간부 워크숍
문성현·황기돈·정춘숙 강연자로 초대


노조는 이날부터 27일까지 열리는 워크숍에 문성현 노사정위원장·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강연자로 초대했다. 각각 사회적 대화, 4차 산업혁명 대비 노조 대응방안, 성평등 일터를 주제로 강연했다.

문성현 위원장은 "20%의 아주 좋은 일자리와 80%의 아주 나쁜 일자리로 쪼개져 있는 우리 사회에서 노조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대기업의 높은 이윤율과 중소기업의 낮은 이윤율에서 기인하는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민 의지를 모아야 하고, 이를 위해 노조도 조직적인 행동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금융노조는 사회공헌기금을 만드는 데에서 한 걸음 나아가 내 주변·내 일터 차별을 성찰했으면 좋겠다"며 "업종별협의회에 참여해 산별노조 전망을 찾고 4차 산업에 대비한 금융의 선제적 대응과제를 함께 논의해 나가자"고 말했다.

황기돈 선임연구위원은 주 4일제(주 32시간제) 도입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금융업 노동자를 상위 1%라고 하는데 20년을 일하고 떠나야 한다"며 "엘리트 집단을 너무 일찍 폐기하는 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조기퇴직 문제를 해결하고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고용노동정책을 노조가 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출신인 정춘숙 의원은 미투(Me Too) 운동의 의미와 성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과제를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그는 "차별적인 여성의 현실이 남성을 우위에 위치하게 하고 여성은 낮은 위치에 머물게 하면서 성폭력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성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성폭력 사건을 피해자 입장에서 보고,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 되새기자"고 조언했다.

임단협에서 노동시간단축·비정규직 처우개선 요구

이날 강연자들이 주제로 삼은 이슈는 노조의 올해 임단협과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쟁점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에서 정년과 기준근로시간 개정을 핵심 요구로 제시한다. 주 5일 이하 근무를 단협에 명시해 주 4일제로 나아가는 디딤돌로 삼을 계획이다.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정규직 전환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비정규직 임금인상률을 정규직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만들어 임금격차 해소에 주력한다.

노조는 특히 양성평등 일터를 만들기 위해 관리자급 여성할당제를 하고 성폭력 금지와 피해자 보호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성폭력 근절에 앞장서자는 캠페인도 한다. 이달 8일 110주년 3·8 세계여성의 날에 선포한 '#WE CAN END 운동'을 전 지부에서 사회로 확산시켜 나간다.

사회적 대화의 장이 열리면 노동시간단축과 과당경쟁 근절을 통한 일자리 창출방안을 노조 요구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금융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저임금 직군 처우개선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정부와 사용자들에게 요구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노조가 감내하고 동참해야 하는 제안이 나온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권 위원장은 워크숍 인사말에서 "금융노동자를 승자독식 구조 속 고임금 집단으로 규정하고, 노조를 타파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정부 관료와 야당에 상존하고 있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고 성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하고 실천할지 준비하자"고 밝혔다.

이번 워크숍에는 노조 산하 33개 지부 상임간부 3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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