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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단축 관점으로 보는 탄력적 노동시간제
   
▲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노동시간단축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탄력적 노동시간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계는 탄력적 노동시간제를 현행 3개월보다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2022년 말까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조정하는 방안을 준비하도록 부칙에 명시하고 있다.

탄력적 노동시간제를 부칙 조항에 명시한 것은 국회가 사용자 우려를 외면할 수만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들은 왜 이토록 탄력적 노동시간제 확대를 요구하는 것일까. 노동시간 유연성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주 노동시간이 68시간까지 가능했을 때에는 업무량에 따라 노동시간을 충분히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었다. 주 52시간으로 단축되면서 시장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줄었다. 사용자는 탄력적 노동시간제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현행 규정대로라면 최대 주 64시간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규정은 노사가 합의할 경우 특정 주의 노동시간을 최대 52시간까지 허용하고 있다. 여기에 연장근로 12시간은 포함돼 있지 않다. 그래서 탄력적 노동시간제와 연장근로를 합치면 최대 64시간까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3개월 단위로 평균한 노동시간이 주 52시간을 넘지 말아야 한다. 탄력적 노동시간제를 시뮬레이션해 보자. 편의상 3개월을 12주로 정했을 때 8주 동안 주 64시간씩 일했다면, 남은 4주는 주 28시간만 일해야 한다. 만약 6주 동안 주 64시간 일했다면 남은 6주는 주 40시간 일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재계가 요구하는 것처럼 6개월(26주)로 연장하면 13주를 주 64시간 일할 수 있고 남은 13주는 주 40시간으로 일할 수 있게 된다. 1년(52주)으로 연장하면 26주를 64시간 일할 수 있고 남은 26주는 주 40시간으로 일한다.

여기에서 일정한 규칙이 발견된다. 주 64시간을 단위기간의 절반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절반을 넘기면 남은 기간 주 노동시간은 주 40시간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여기까지 계산하고 보니 두 가지 문제가 나타난다.

첫 번째 문제는 탄력적 노동시간제 정산기간을 연장할수록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동시간단축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앞에서도 봤듯이 현행 제도에서는 특정 주의 노동시간을 최대 64시간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사용자가 왜 그토록 탄력적 노동시간제 확대를 요구하는지 감이 잡힐 것이다. 이러려고 5년 동안 국회의원들이 삿대질해 가면서 노동법을 개정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두 번째 문제는 고용과 임금의 안정성이 위협받는다는 점이다.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사업장은 주 64시간씩 일하더라도 연장근로수당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도 연장근로수당을 못 받는 처지인데 탄력적 근무제를 한다고 사용자들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것 같다. 또 노동시간이 주 40시간 이하로 떨어지면 시급제는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임금이 삭감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탄력적 노동시간제는 시장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는 반면에 노동자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탄력적 노동시간제가 기업 경쟁력과 노동자 삶의 질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공동선(common good)을 찾아야 한다. 하나씩 짚어 보자.

첫째, 재계가 요구하는 탄력적 노동시간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까지 연장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으리라 본다. 3개월은 계절적 수요에 대응하기에 짧은 기간일 수 있다. 그렇다고 1년으로 연장하는 것은 노동시간단축 효과가 상쇄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 단위기간을 조정하되 특정 주의 노동시간을 현행 64시간보다 낮춰야 한다. 주 64시간을 유지하면 노동강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노동자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도 감소한다. 적정 노동시간은 노사정 협의로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임금지급 기준시간을 정해야 한다. 탄력적 노동시간제를 도입하면 임금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 노동시간에 영향을 받지 않는 기준임금을 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사업장마다 정해진 월 소정시간분(보통 209시간)에 대해서는 노동시간과 관계없이 고정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소정시간 아래로 노동시간이 줄더라도 임금감소를 방지할 수 있어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넷째, 주 노동시간 하한선도 필요하다. 노동시간 하한선이 없으면 특정 주의 노동시간이 지나치게 낮아져 고용불안 요인이 생긴다. 탄력적 노동시간제 개정 논의는 철저하게 노동시간단축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것이 노사정의 공동선이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곽상신  imks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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