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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못 내는 노사정대표자회의 2차 회의 언제 할까참여주체 확대 놓고 이견 여전 … 민주노총은 이제야 내부논의 시작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을 논의하는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1월31일 1차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열리고 두 달 가까이 지났다. 그럼에도 건물 도면이라 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안'조차 나오지 않으면서 새집을 짓기 위한 터 닦기도 못한 모양새다.

무엇보다 참여주체 확대에 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회적 대화 키를 쥔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와 관련한 내부논의를 지난 22일에야 시작했다. 첫 노사정대표자회의 자리에서 "옥동자가 나올 것 같다"던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의 기대 섞인 말이 무색할 정도다.

예정대로라면 다음달 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차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열려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가다가 못 열릴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노사정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참여주체 확대? 의제별위원회? '의견 분분'

25일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단체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노총·민주노총·한국경총·대한상의·노동부·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지난달부터 수차례 실무·운영위원회를 열고 '노사 중심 합의 지향 협의기구'라는 원칙하에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안과 명칭 변경, 의제별·업종별위원회 설치방안을 검토했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명칭은 다수 의견이 '경제사회위원회'로 모아진 가운데 '노동'을 넣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명칭은 2차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을 내지 못한 부분은 참여주체 확대 문제다. 당초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 배경에는 기존 노사정위 참여주체들이 전체 노동자들과 기업을 대표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었다.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사회적 대화에서 소외된 비정규직·청년·여성·소상공인을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시켜 대표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재계는 참여주체 확대에 부정적이다. 정확히 말하면 의결권을 행사하는 본위원회에 비정규직·청년·여성·소상공인을 포함시키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합의 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다. 김영완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참여주체를 확대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지에 대한 문제"라며 "활발한 논의는 하부위원회에서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본위원회 하위기구로 비정규직위원회·여성위원회·청년위원회·소상공인위원회를 만들어 의견 개진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얘기다.

노동계는 '참여주체 확대'라는 당위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본위원회에 비정규직·여성·청년·소상공인 등을 참여시킨다고 해도 각각의 대표를 어떻게 정할지가 논란거리다. 누가 비정규직 대표로 참여할지, 누가 청년 대표로 참여할지 어떻게 정하느냐는 것이다. 민주노총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이 비정규직을 아우르고 있는데, 비정규직 대표를 또 넣을 필요가 있느냐" 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에서는 본위원회 수준이 예전과 달라야 한다"며 "노동계가 미조직 노동자들의 대표성을 강화할 방안을 내놓고 사용자들에게 '당신들도 대표성을 보완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제별위원회 구성도 쟁점이다. 지금까지 사회안전망·4차 산업혁명·산업안전에 관한 위원회 구성까지는 공감대를 이뤘다. 노동계는 노동기본권이나 경제민주화 같은 의제를 추가하자는 입장인 반면 재계는 의제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노사가 부담 없이 얘기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게 재계 의견이다.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안 4월 처리 가능할까

민주노총 내부에서 나오는 '속도조절론'도 논의를 더디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민주노총에서는 사회적 대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민주노총이 반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논란까지 커지면서 속도조절론에 힘이 실리는 측면도 있다.

민주노총은 22일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 처음으로 '사회적 대화기구 재편'을 안건으로 올려 논의했다. 이주호 정책실장은 "1월31일 노사정대표자회의 출범 후 근로기준법 개악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개악 논란 탓에 조직 안에서 (사회적 대화기구에 대해) 논의할 분위기가 안 됐다"고 설명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민주노총 내부 절차가 복잡한 건 이해하지만 최근에야 중집에서 첫 논의를 시작했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산별과 지역본부 의견을 수렴한 뒤 28일 다시 중집을 열어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주체와 명칭 문제를 논의한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4월 임시국회에서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안이 상정·통과되지 못하면 정치일정상 뒤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마음이 급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회발 최저임금법 개정 논의와 4월 말 남북정상회담, 6월 지방선거가 사회적 대화 복병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안 산적, 노사정 책임감 갖고 논의해야"

전문가들은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야 할 현안이 산적한 만큼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논의에 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이달 20일 노사정위·한국사회학회가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노사정이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으로 진을 빼지 말고 당장 시급한 난제에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는, 실효성 있는 진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남신 상임활동가는 "형식적이고 소모적인 대표성 논란에서 빨리 빠져나왔으면 한다"며 "죽어 가는 미조직 노동자들이 너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사회적 대화로 최저임금 1만원을 논의하고, 청년일자리 얘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중기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여러 가지 갈등 요인이 있지만 크게 보면 그 자체가 판을 깰 지형은 아니다"며 "각 주체들이 책임감을 높여 민주노총은 내부 소통을 적극적으로 하고, 정부는 사회적 대화가 본격화했을 때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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