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평택 자동차공장 앞에 예쁜 카페가 하나 있는데 이름이 ‘차차’다. 거기 봄볕 들어 꽃과 나뭇잎에 알록달록 생기가 돌았다. 온기 가득했다. 지난밤 몰아치던 진눈깨비에 젖은 조끼를 말리고 정리하던 남자는 쉴 줄을 몰라 또 형광등을 갈았다. 모든 동작엔 절도가 배었는데 그게 다 차 고치던 솜씨라고 했다. 카페에 왔으니 차 한잔 하라고, 차 만들던 누군가가 차를 권했다. 점심시간, 그 앞 공장에서 차 만들다 나온 작업복 차림 사내들이 들어와 어느 전직 대통령의 구속 여부를 놓고 한참을 떠들었다. 욕을 퍼붓다 말고 공장으로 돌아갔다. 점심시간이 끝나자 그 앞에 줄 서서 기다리던 협력업체 물류트럭이 공장으로 들어갔다. 공장으로 돌아가자고 새긴 알록달록한 천 앞에 앉아 밥 굶던 사람이 눈을 껌벅거리다가 끙 소리 내고 일어나 공장 둘레길 산책에 나섰다. 걸음이 느렸다. 품 넓은 바지에 바람 들이치면 마른 몸이 드러났다. 22일째다. 기운 없을 텐데 그냥 누워 있으라고 카페 찾아온 형수님이 타박하니 운동이라고 받아치며 센 척을 했다. 감옥에 든 누군가 동조단식을 하겠다더라 소식 전하니 손사래 치면서 좀 말리란다. 부쩍 목이 탔다. 봄볕에 얼굴이 탔다. 내장을 비우고 분노를 음식 삼아 하루하루를 태우겠다고 각오 새긴 선전물이 카페에 많았다. 봄볕 아래 노곤한 사람들이 눈 비비며 그 앞을 서성거렸다. 삭막했던 거기 공장 앞 노조사무실에도 볕 들고 꽃 피어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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